[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보육예산 부족이 전업맘의 이기심 탓이란 말이냐.”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을 제한하는 정부의 ‘맞춤형 보육정책’이 전업주부에 대한 차별 정책으로 인식되면서, 취업주부와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는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아울러 실제 주부들의 취업 및 육아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3년부터 국가책임보육의 일환으로 영유아 전계층에 대해 실시했던 무상보육 정책을 3년 만에 개정한 맞춤형 보육정책을 최근 내놨다.
이중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대목은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을 기존 종일반(12시간)에서 맞춤반(6~8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침이다. 이는 직장 없이 가사를 전담하는 주부에게는 어차피 육아에 쏟을 시간이 충분하므로, 어린이집에 하루종일 아이를 맡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전제로 깔려 있다는 인상이 짙다.
전업주부들이 발끈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이제까지 전업주부들이 육아 의무를 정부에 미루고 예산이나 갉아먹는 이기적인 어머니라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다.
남편이 출근한 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커피숍에서 왁자지껄 수다를 떨며 소일하는 일부 전업주부의 행태가 최근 자주 부각되는 상황과 맞물려 더 큰 갈등으로 번질 여지도 있다.
여성단체들도 이런 점을 성토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16일 논평을 내고 “이번 정부 정책은 양육 주체를 여성의 몫으로 간주하는 증거이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는 발표로 전업주부와 취업부모 사이의 갈등만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예산 부족이 불보듯 뻔했던 무상보육 정책을 정부 스스로 내세워 눈 높이를 한껏 높였다가, 3년 뒤 결국 후퇴하면서 전업주부를 희생양 삼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정책 변경으로 절감되는 400억 원보다 더 많은 예산을 보육 교사 처우개선과 보육료 인상에 투입해 보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주부들 사이에서 그리 공감대를 얻지 못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업주부들중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이들은 새 보육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 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성단체들은 “해당 정책에 따르면 전일제 보육을 맡기려면 취업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야 한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의 60%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이를 서류로 증명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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