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ㆍ강승연 기자]포스코 비리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정준양(67ㆍ사진)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3일 오전 9시 50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이 지난 3월 13일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한 이후 174일만의 등장이다.

이날 짙은 남색 양복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등장한 정 전 회장은 고개를 숙인 뒤 “먼저 포스코를 아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그리고 주주와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그리고 포스코를 사랑해주시는 한가족 여러분께 이번 일로 심려와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고 밝혔다.

정 전 회장은 재차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진지오텍 지분 고가매입, 동양종합건설 특혜 제공 등 그동안 제기됐던 포스코 비리 의혹에 대해 정 전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성실히 답변하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회사 수익 일부가 정치권에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에 대한 질문에도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포스코 전 회장으로서 그룹 차원의 검찰 수사가 반년 가량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정 전 회장의 재임기간인 2009년부터 작년까지 빚어진 그룹 차원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당시 최고 결정권자였던 그가 관여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그룹이 2010년 부실기업으로 꼽혔던 플랜트업체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주식 440만주를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당시 성진지오텍 최대주주로, 정 전 회장과 친한 것으로 알려진 전정도(56ㆍ구속기소) 세화엠피 회장은 지분매각 과정에서 큰 시세차익을 남겼다.

또 포스코건설이 협력사인 동양종합건설에 사업상의 특혜를 주는 과정에 정 전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동양종합건설에 3000억원 규모의 인도 생산시설 조성 공사를 몰아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포스코 측 임원으로부터 확보한 바 있다.

포스코와 슬래브 등 철강 중간재를 거래하는 업체인 코스틸에 정 전 회장의 인척이 고문으로 재직하며 4억원대의 고문료를 챙겼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그밖에 포스코의 제철소 설비를 시공ㆍ정비하는 협력사인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 과정에서 수익 일부를 유력 정치인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할 방침이다. 티엠테크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박모씨는 이상득 전 의원의 포항 지역구 사무소장을 지낸 측근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날 정 전 회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6개월 가까이 이어진 포스코 비리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 초기에는 정 전 회장 등 포스코 윗선과 이명박 정부 실세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배성로(60) 동양종합건설 전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핵심 인물에 대한 강제수사가 좌절되면서 수사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검찰이 지난 1일 티엠테크를 전격 압수수색하며 새로운 비자금 정황을 포착함에 따라 수사 막바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조사 결과에 따라 정 전 회장의 신병 처리 방향과 함께 포스코 수사 마무리 시점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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