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지난달 28일 군산시 미룡동 은파유원지에서 이모(24)씨가 물에 빠져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신변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 지난 20일에는 수년간 취업 시장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취업준비생 박모(33) 씨가 부산 사하구의 자택 옥상에서 투신했다. 지난 2011년 학교를 졸업한 박 씨는 이후 일반 기업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취업 준비를 했지만 번번이 낙방해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긴 데 이어 최근에는 집ㆍ인간관계ㆍ꿈ㆍ희망까지 포기한다는 ‘7포세대’를 넘어 ‘생명’까지 포기하는 ‘8포세대’가 생겨나고 있다. 최악의 취업한파와 경제불황 등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2030대 젊은이들이 삶의 의지마저 저버리는 모양새다.
실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서 청년 실업률은 9.4%로 전체 실업률 3.7%의 2.5배에 달한다. 6월 청년 실업률은 10.2%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래 가장 높게 치솟았다.
청년 고용률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7월 기준 청년 취업자 수는 402만6000명, 고용률은 42.4%였다. 이는 2000년대 초중반과 비교할 때 4%포인트 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업난과 생활고에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년들도 적잖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120명이 넘는 이들이 마포ㆍ원효ㆍ서강대교를 찾았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되는 취업실패와 생활고 비관 등 여러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청년들은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0~29세의 ‘신경증 및 스트레스 관련 질병장애 환자’는 6만5000 ~7만명을 꾸준히 웃돌고 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엔 지난해 4만7525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상당수는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의 병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 4학년생인 조모(25) 씨는 “가장 불안한 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이미 소속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는 느낌도 갖기도 하고, 그 사람들은 지금 있는 소속을 기반으로 쭉 뻗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이 모든 상황이 스트레스”라고 털어놨다. 이어 조 씨는 “불합격 통보를 받을 때마다 어디서 뛰어내리고 싶단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우울증 등이 오랜 시간 지속될 경우 자칫 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증세가 나타날 경우 병원 등을 찾아 반드시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과 교수는 “‘정신과에 가면 기록에 남아서 취업에 제한될 거야’, ‘면접에 가면 의료기록을 보고 널 떨어뜨릴 거야’ 등의 발언을 함부로 해선 안된다”면서 “특히 ‘의지로 극복해라’란 말이 가장 피해야 할 조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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