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기자]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하는 등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더 현실화하고 있다. 수출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수입까지 동반 부진을 이어가면서 연간 교역 1조달러 행진이 올해로 멈출 위기에 처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도 호황을 구가하는 독일경제를 교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 일고있어 주목된다.

실제로 독일 경제는 10여년 전 노동시장 개혁(하르츠개혁)에 성공한 덕분에 세계 주요국의 교역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호조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전통적 성장엔진인 수출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노동 개혁에 박차를 가해 내수에서 새 성장 동력을 확충해 다시 수출활력을 되찾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 결과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상반기 세계 무역동향’에 따르면 올 1~6월 세계 교역액은 14조999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하며 2009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독일은 유독 올해 1조1850억 유로(1510조 원) 규모의 역대 최고 수출금액을 달성할 전망이다.

독일 무역협회는 최근 연방통계청이 발표한 6월 수출 실적과 관련, “아시아 권역 내 핵심 시장인 중국의 저성장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침체에도 작년보다 4.5%가량 수출금액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톤 뵈르너 독일 무협 회장은 “유로존 밖 국가들로부터의 수요가 이웃국가들로부터의 수요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며 “유로화 가치 하락이 이러한 흐름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 현재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1년 전보다 20% 정도 내려갔다.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이 큰 독일로서는 저유로화로 수출가격경쟁력에서 득을 보고 있는 셈이다.

독일 연방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수출 호조를 힘입어 독일의 상반기 재정흑자는 211억유로를 기록했다. 2분기에 독일의 수출 증가율은 2.2%로 전분기(0.8%)에 비해 가파르게 높아지며 경제성장의 추동력으로 작용했다.

비결은 뭘까. 성공적인 노동개혁의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안정된 고용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튼튼한 산업구조가 강점이라는 것이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은 지난 2003년부터 2년간 총 4번에 걸쳐 진행된 하르츠 개혁의 성공으로 여성, 고령자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며 “이로인해 독일 고용률은 2005년 66%에서 올 1ㆍ4분기 74%로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지갑이 두둑해졌고 이는 민간소비 증가로 연결됐다”며 “기업 매출도 늘어나 다시 임금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내수 진작에는 기업들이 두팔을 걷고 나섰다. 저평가된 유로화로 막대한 수출 실적을 올린 기업들이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기보다 근로자의 임금 인상에 과감하게 나섬으로써 민간소비를 촉진시켰고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독일의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733개로 우리의 65개보다 11배 이상 많다. 여기에 저유로화로 가격경쟁력까지 얻게 되면서 독일 수출은 날개에 날개를 더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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