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 지켜줄 성장엔진이 꺼져간다
본지·에프앤가이드 공동분석 삼성전자·현대차 빼면 뒷걸음질 영업익감소·성장률추락 악순환 포스코 창사이래 첫 5%대 붕괴
국내 투자유인 적고 규제 여전 中 천문학적 R&D로 한국 추격 정부 맞춤 지원 獨모델 배워야 제조업은 대한민국 성장의 한 축이자 보루다. 외환위기와 몇 번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간 것은 든든한 제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부의 원천이자 고용의 옹달샘이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금융위기에 힘없이 무너진 것은 바로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서다.
이런 제조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한 주요 수출 기업들은 영업이익 감소와 성장률 정체라는 심각한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단적인 예로 철강 대장주인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률이 5% 아래로 내려앉았다. 1등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줄줄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제조산업의 ‘공동화(空洞化ㆍ속이 텅 비는 현상)’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헤럴드경제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가총액 60위 기업의 영업이익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제조업체의 실적은 해마다 악화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인 영업이익률은 한 기업의 영업활동 성과와 성장성을 판단하는 주요 잣대다.
시총 60위 그룹 중 실적이 집계된 47개 기업에서 지난해 두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업체는 삼성전자(16.08%)ㆍNAVER(22.67%)ㆍ엔씨소프트(27.12%) 등 13곳에 불과했다. 4년 전(21개)과 비교해 8개가 줄어든 것이다.
반면 영업이익률이 5%에 못 미치는 기업은 20곳으로, 2010년(11개)에 비해 무려 9개가 늘었다. 이들 중 KT(3.53%)ㆍLG유플러스(4.73%)ㆍ한국전력(2.81%) 등 5곳을 제외한 15개(75%) 기업이 모두 제조업이다.
철강ㆍ건설ㆍ중공업(조선) 등 한국 수출을 주도해 온 1등 기업의 영업이익률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포스코는 4년 사이 11.58%에서 4.84%로 급락했고, LG화학은 14.59%에서 7.53%로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은 2.56%에서 1.52%로, 현대중공업은 14.81%에서 1.48%까지 추락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2009년 각각 8%, 6%대였던 영업이익률이 16.08%, 9.52%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두 기업이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제조업 환경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 유인은 점점 약해지고,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은 과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통상임금과 환율 문제, 중국의 성장도 제조업을 옥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마저도 이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국내 제조업이 공동화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 교수는 “중앙과 지방정부는 투자를 조금이라도 저해할 수 있는 규제가 없는지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업 최강국인 독일의 사례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독일의 제조업 비중은 2010년 기준 7.1%에 불과하지만 전체 고용의 25%, 기업 매출액의 32%를 담당하며 독일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원은 독일 제조업의 ▷기술ㆍ혁신 투자로 우위 산업의 경쟁력 유지 ▷기업 특성에 따른 정부의 맞춤지원 ▷자국 회귀기업에 인센티브 부여 ▷직업 현장교육 등에서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대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