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재경役 열연 박해진
오랫동안 ‘연하남’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내 딸 서영이(KBS2)’도 그의 대표작 중 하나였지만, 데뷔작 ‘소문난 칠공주’로 굳어진 ‘연하남’ 이미지는 박해진의 또 다른 ‘이름표’가 됐다.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를 만나자 새 별명이 생겼다. 소시오패스 이재경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고 ‘휘코난(휘경+일본만화 명탐정 코난)’, 부잣집 아들답게 슈퍼카를 탄다고 ‘휘보르기니(휘경+람보르기니)’, 15년 짝사랑 천송이의 마음을 얻는 데는 번번이 실패한다고 ‘휘로호(휘경+나로호)’, 항상 인내한다고 ‘휘보살’이라고 불렸다. 재치 있고 짓궂은 별명을 선물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소녀팬. 드라마 한 편으로 그는 데뷔 8년 만에 제 나이를 찾았다.
“그동안은 나이에 맞지 않는 역할을 해왔던 것 같아요. 주말과 일일드라마를 주로 하다 보니 제 나이보다 많게 보는 분들도 많았고, 팬층도 높았죠. 올드한 느낌이 있었나 봐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트렌디한 느낌으로 변화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를 만든 것 같아요.”
‘별그대’ 종영 후 최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박해진은 스스로 ‘도민준 코스프레’라고 말하는 외모 변신을 한 채 휘경으로 지내온 숨가빴던 시간을 돌아봤다. 아쉬움이 하나도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당초 박해진은 이재경(신성록 분) 역할에 캐스팅됐지만, 방송을 얼마 앞두고 갑작스럽게 배역 변경을 제안받았다.
“순하고 여린 캐릭터를 바꾸고 싶어 재경 역할을 꼭 하고 싶었어요. 늘 딱 떨어지는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답답한 부분이 없지 않았고, 이미지도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경 역에 캐스팅되고 준비도 많이 했어요. 솔직히 휘경은 특별한 준비 없이도 기존에 해왔던 캐릭터에 한두 가지만 플러스하면 만들 수 있는 역할이었던 반면에 재경은 아예 새로운 인물로 창조해야 하는 역할이라 매력이 컸어요.”
박해진은 하지만 “양쪽에서 최대한 손해를 덜 보는 결정”을 내리고, 휘경으로 자신을 만들어갔다. 드라마 시작 전 이미 4~5kg을 감량하고 촬영에 임했다. 최고의 비주얼을 자랑하는 스타들이 포진한 드라마였기에 박해진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드라마에 어우러질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애썼다. 알레르기 때문에 평상시엔 입지도 못하는 터틀넥을 챙겨입은 것도 이 때문이다. 누가 봐도 완벽한 휘경으로 몰입도를 높였지만, 정작 박해진은 ‘휘경의 순애보’만큼은 공감하지 못했다.
“아… 15년 짝사랑은 너무하지 않나요? 저도 3년 정도는 짝사랑을 했던 경험이 있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어떻게 15년 동안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어요?”
물론 전지현이라면 가능하다. “전지현 선배님 같은 여자라면 누가 안 좋아하겠어요. 요즘엔 의학기술이 발달해 성형미인들이 많은데, 전지현 선배를 보고 그 자연스러움에 눈이 시원해진 느낌이 들었어요. 서울 한복판에 있다가 산에 들어간 느낌?” 엉뚱한 표현이지만 선배를 향한 극진한 마음만은 전해졌다. 그래도 박해진의 실제 이상형은 ‘천송이’과보다는 “참하고 나대지 않는 여자”라고 한다.
당분간은 휴식이 필요하겠지만 박해진은 여전히 ‘이미지 변신’에 배가 고프다. ‘별그대’를 마치기도 전 진혁 PD가 연출을 맡은 SBS ‘닥터 이방인’을 차기작으로 결정한 그는 처음으로 메디컬 드라마에 도전한다. 아직은 의학용어가 입에 붙지 않는다지만, “과거의 비밀을 안고 사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휘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 같다.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구 중”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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