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170여명의 사상자를 낸 중국 서남부 윈난(云南)성 쿤밍昆明) 철도역 흉기 테러는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발생한 테러 사건 중 최악의 참사다. 특히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이틀 앞두고 벌어진 테러여서 중국 당국은 긴장감은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양회 기간 중 추가테러 발생을 막기위해 베이징 시내와 공항의 경계등급을 격상시키는 등 중국 전역의 비상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판 9ㆍ11 테러’라고 지칭하면서 당국의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배후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 유력=지난 1일 밤 9시 20분쯤 쿤밍 철도역에서 복면을 쓰고 칼을 든 괴한 10여명이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이 때문에 29명이 숨지고 140여 명이 다쳤다. 범인 4명을 사살한 경찰은 현장에서 1명을 체포한 데 이어 도망친 용의자 3명을 추가로 붙잡았다.
아직까지 테러범 신원과 범행 동기에 대해서 공식발표는 없다. 그러나 윈난성 정법위원회와 쿤밍시 정부신문판공실 관계자는 이번 테러가 신장 분열 세력에 의한 조직적이고 계획적이며 폭력성을 띈 엄중한 테러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언론들은 “사건현장을 촬영한 사진에서 용의자가 가슴 부근에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 조직의 성월(星月) 표식을 단 모습이 포착됐다”며 사건주체로 지난해 10월 베이징 톈안먼에서 차량폭탄테러를 일으킨 ETIM를 지목했다.
만약 이번에 테러를 일으킨 집단이 톈안먼 테러와의 연계성을 갖고있는 ETIM이라면 향후 추가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중국 당국은 이번 무차별적 테러사건에 사용된 무기를 공개했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50~60cm 길이의 칼로 칼날과 손잡이 주변에 피가 선명하게 묻어있어 테러현장이 얼마나 잔혹했었나를 보여주고 있다.
▶테러, 中전역으로 광역화 조짐=중국 당국은 이번에 테러 범위가 크게 확대된 것에 놀라고 있다. 지금까지 위구르 독립세력의 습격목표는 경찰서, 무장경찰 기지 등 중국 정부가 신장 지역에 만든 권력기구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격은 신장지역 내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테러가 발생한 윈난성 쿤밍(昆明)은 신장의 중심인 우루무치에서 4500㎞ 떨어져 있다. 테러집단이 쿤밍을 고른 이유는 쿤밍은 관광도시이자 소수민족이 많은 사는 곳이어서 테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쿤밍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버스 폭탄 테러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중국 군사전문가인 인줘(尹卓) 해군 소장은 “쿤밍은 중국에서 여행지로 유명하기 때문에 외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매우 많다”며 “비교적 가깝고 간편한 이용수단으로 닿을 수 있는 쿤밍을 골랐을 것이다” 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중국 정부와 위구르족 간 갈등이 신장지역을 벗어나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위구르 독립세력의 전략이 바꿨음을 의미한다.
리성 중국사회과학원 신장문제 전문가는 “동투르크 세력들은 폭력적인 수단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신장 뿐 아니라 중국 대륙 내까지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수민족 정책 강경 우려=쿤밍 테러가 발생하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테러리스트들의 날뛰는 기세를 강력하게 꺾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따라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이 더욱 강경해질 것이란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샨웨이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AFP통신에서 “이번 사건이 중국의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대단할 것이며 중국 당국의 강경책을 더 지지하게 만들 것이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 사회는 이번 사태로 민족간 증오의 감정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신장지역에서 ‘유연한 통치’가 끝나고 치안의 영구적 안정을 위한 ‘철완 통치’가 기치를 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당국이 이번 양회에서 테러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재차 확인하면서도 강경 일변도의 기존 소수민족 정책을 보완하는 논의를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위구르족에 대한 통제와 핍박의 심화가 민족분열을 조장해 분리독립 운동에 본격적인 불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회 개막, 테러와 스모그가 화두=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를 겨냥한 사상 최악의 테러가 발생하면서 3일 개막한 올해 양회는 테러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스모그 문제를 비롯한 환경오염 문제도 이번 양회의 주요 논의 주제가 될 전망이다.
3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각각 열리면서 중국의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다.
이번 양회는 집권 2년차를 맞은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의 국정 운영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각종 조치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11월 열렸던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8기 3중전회)에서 마련된 고강도 경제개혁 방안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는 지난해와 같은 7.5%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7~7.5% 등의 형식으로 목표구간을 설정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유기업 개혁, 금리자유화와 위안화 환율제도 개선 등 금융부문 개혁, 지방채 문제와 그림자 금융 등 리스크 예방대책, 신형도시화와 농업현대화를 통한 내수촉진 등도 관심대상이다.
또한 명실상부하게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중국이 이번 양회를 계기로 ‘강한 군대’, ‘대국 외교’ 등을 표방해 더욱 과감하고 힘있는 대외노선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준용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