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졌다. 이번엔 악질 해커 2명의 농간에 대한의사협회 등 225개 인터넷 사이트가 털려 1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잇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이제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는 세계 어느 곳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입수해 상술에 써먹을 수 있는 너덜너덜한 ‘반(半)공공재’가 돼버린 지경이다.
유출 경로도 다양하다. 올 초 발생한 카드사 고객정보 대량 유출 사태는 관계사 직원이 이동식저장장치로 데이터를 빼돌려 외부 광고업자에게 팔아먹었다. 이번엔 돈벌이를 위해 외부에서 사이트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털어갔다. 최근 검찰이 구속한 자동이체 사기단은 이동통신사 판매점에서 흘러나온 개인정보를 이용해 범죄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취급 과정 중 거의 모든 단계에서 개인정보가 새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확인된다. 어느 한 쪽, 어느 한 과정만 살핀다고 해서 예방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셈이다. 총체적 난국이다.
특히 이번에 드러난 해킹 사건은 대기업에 비해 보안이 취약한 중소업체와 각종 협회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 따르면 해킹을 당한 사이트 대부분은 회원의 개인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았다. 중소업체의 희박한 보안의식을 보여주는 현주소다. 이 때문에 범인들의 초보적인 해킹 시도에 어이없이 털린 것이다.
개인정보를 도둑맞은 지 1년이 지나도록 도둑맞은 사실도 모른다. 최근 벌어진 개인정보 유출 사건 다수가 이런 전철을 밟았다.
과도한 욕심으로 고객 정보를 마구잡이로 수집해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고, 이들의 원망과 불신은 다시 기업의 손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 자체를 개인정보 유출의 첫 단계로 인식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확실한 보안능력이 없으면 개인정보 자체를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업체도 마찬가지다. 어디에서 유출되든 그 폐해는 똑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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