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배경 50부작 사극 ‘천년의 밥상’ ‘명성황후’ ‘인수대비’ 쓴 정하연 작가 한국 작가론 첫 중국 TV드라마 집필

“언어 · 문화적 차이 엄연히 존재 불구 급성장하는 中 진출 위해 도전했다”

한국 작가가 국내 방송사상 최초로 중국 TV 드라마의 극본을 맡았다. TV 드라마 ‘명성황후’ ‘신돈’ ‘욕망의 불꽃’ 등으로 유명한 중견 방송작가 정하연(69)이 그 주인공이다. 정 작가는 “중국 방송계의 의뢰를 받고 지난해 가을부터 중국 TV 드라마 ‘천년의 밥상’을 집필 중”이라고 최근 헤럴드경제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밝혔다. 한류 붐 이후 배우와 가수, 영화감독, 방송ㆍ가요프로듀서 등의 중국 진출이 잇따랐지만 순수하게 중국 시청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현지 TV 드라마를 집필하게 된 것은 정 작가가 ‘1호’다.

정 작가가 쓰고 있는 ‘천년의 밥상’은 명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50부작 사극이다. 젊은 황태자와 평민의 사랑을 큰 줄기로 명나라의 역사와 권력투쟁은 물론 중국의 방대한 음식문화와 의학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질 중국판 ‘대장금’을 연상케 한다.

정 작가는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던 ‘명성황후’ 등 숱한 작품이 중국에 알려지며 그간 중국 제작사 측으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아왔지만 한국 작가로서 중국 드라마의 집필 결정은 쉽지 않았다. 이미 지난 2008년엔 한ㆍ중 합작 드라마 ‘상하이 브러더스’를 통해 중국 시장에 처음 발을 디뎠지만 정 작가는 “당시 작품은 블랙코미디 형식이었는데, 의도한 대로 나오지 않아 고생을 했다”며 “그래서 드라마를 써 달라는 제안을 처음 받았던 2년 전에는 고사를 했었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의 장벽은 물론이거니와 문화의 차이, 통역을 거치는 대본 등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요인이었다.

정 작가는 하지만 중국 방송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작가 인력 수출이라는 측면에서 중국 진출의 필요성을 절감해 과감히 중국 드라마 시장에 도전했다. 후배 작가들을 위해 미리 발판을 닦아두는 과정이기도 했다.

막상 작업을 시작하니 정 작가도 적잖은 고생을 했다. 일단 드라마 제작 환경 자체가 국내와는 정반대의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난관이었다.

중국에선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드라마 역시 전작제로 진행된다. 대본 집필이 끝난 이후 감독이 결정되고 배우가 캐스팅되며 모든 촬영을 마친 이후 검열을 거쳐 방송되는 시스템이다. 그 과정에서 드라마작가는 한국과 달리 제작 주도권을 갖지 못한다. 드라마 제목 결정부터 스토리의 방향, 캐스팅 등의 모든 권한을 제작자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위로도 투자자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방송 환경에서 드라마작가는 작품에 참여하는 일개 스태프의 개념으로, 끊임없는 대본 수정을 요청받으며 제작자와 투자자의 개입을 겪는다.

이미 국내에선 스타 작가로 호령했던 정 작가이지만 중국에선 ‘현지의 법’을 따르고 있다. 애초 기획했던 “영락제와 여인들의 궁중 비사가 음식과 의학 이야기를 담은 명나라 사극으로 바뀐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작가는 “중국 드라마 현장에선 작품에 개입하는 목소리가 워낙에 많다”며 “통역을 거치다 보니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쓸데없는 오해가 빚어지는 등 비즈니스 차원의 난관이 확실히 존재한다”며 현지 환경을 설명했다.

이영애(영화배우/탤런트)
한국 작가가 국내 방송사상 최초로 중국 TV 드라마의 극본을 맡았다. TV 드라마 ‘명성황후’ ‘신돈’ ‘욕망의 불꽃’ 등으로 유명한 중견 방송작가 정하연(69)이 그 주인공이다. 정 작가는 “중국 방송계의 의뢰를 받고 지난해 가을부터 중국 TV 드라마 ‘천년의 밥상’을 집필 중”이라고 최근 헤럴드경제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밝혔다.
이영애(영화배우/탤런트) 한국 작가가 국내 방송사상 최초로 중국 TV 드라마의 극본을 맡았다. TV 드라마 ‘명성황후’ ‘신돈’ ‘욕망의 불꽃’ 등으로 유명한 중견 방송작가 정하연(69)이 그 주인공이다. 정 작가는 “중국 방송계의 의뢰를 받고 지난해 가을부터 중국 TV 드라마 ‘천년의 밥상’을 집필 중”이라고 최근 헤럴드경제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밝혔다.

물론 중국에서도 한국 작가의 역량은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지만 전작제 시스템인 만큼 촬영을 마친 이후 검열이 나오지 않으면 작품 한 편이 엎어지며 투자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국 측에서는 제작 초기부터 잦은 개입으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 작가는 하지만 “중국 드라마 환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하면 갈등을 줄일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대중문화 발전을 위해서도 앞으로 양국의 교류는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한다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나 역시 기존의 글을 써오던 스타일과 버릇까지 다 고치기를 바라는 등 요구 사항이 많아 고민했지만 중국인이 시청하는 드라마를 집필하는 것이기에 중국인의 스토리와 정서를 담고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감정, 생활습관, 역사의학을 따라갈 수밖에 없으며, 우리 식에 맞춰 드라마를 쓴다는 것이 더 곤란하기에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 작가이기에 중국 드라마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문화와 정서 차이를 파악하는 것이 수월하진 않았다. 정 작가는 “사극을 써 달라는 제안을 받아 집필을 시작했는데 중국에 머무는 3~4개월간은 고전했다”며 “같은 에피소드라도 중국 시청자와 한국 시청자가 좋아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적인 사고방식과 기술, 감성을 가진 사람이 중국인들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포용해 써야 하는지의 경계가 모호해 어려움을 겪었다가 지금은 한창 집필 중”이라고 했다.

정 작가의 첫 중국 드라마 ‘천년의 밥상’은 오는 6월께 집필을 마치면 이후 중국 드라마 환경에 맞춰 단계를 밟은 뒤 현지 시청자와 만날 전망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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