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하늘만 바라볼 수는 없다”

서명석 동양증권 사장은 올 초 임직원에게 보낸 취임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동양사태로 회사의 수익과 경쟁력이 훼손된 상황에서 절망감에 무기력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는 뜻이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절망과 분노는 가슴에 잠시 묻고 가능성과 저력을 스스로 증명하자고 다독였다.

그래서 하늘만 바라보지 않았고 기회는 비교적 빠르게 왔다.

동양증권은 26일 대만 유안타증권으로의 매각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전날 마감까지 본입찰에 참여한 곳은 유안타 한 곳 뿐이다.

다음달 14일 정기주총 전까지 최종 인수계약이 마무리된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 가운데 가장 발빠른 인수합병(M&A) 행보다. 서 사장이 지난해 11월 말 사장에 내정된 지 3개월 만이다.

서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직원들에게 자본력과 경영능력을 갖춘 대주주를 조기에 찾고, 동양증권이 대주주 교체 후 수익성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스탠바이’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행동은 진작에 이뤄졌다. 부사장 시절이던 작년 10월 말 대만으로 직접 건너갔다.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의 오너를 만나 M&A를 타진했고 유안타는 곧장 한국을 방문해 실사를 마쳤다.

대만 1위 증권사인 유안타는 중국과 베트남 등에 진출하고 2004년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인수에도 참여하는 등 해외, 특히 아시아쪽 진출에 관심이 많은 곳이다. 유안타의 캐치프레이즈는 ‘We know Asia’(우리는 아시아를 안다)다. 대만 금융투자회사가 아닌 아시아 금융투자회사로의 도약을 노린다는 뜻이다.

서 사장이 국외로 시선을 돌린 것은 바로 이같은 유안타의 해외영업망과 증권업 노하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회사별로 수익구조와 영업 노하우가 차별화되지 않아 단순 M&A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증시 침체로 증권업계 빅 5가운데 빅3(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 현대증권)가 매물로 나온 초유의 상황에서 아무도 생각지 않은 국외 증권사의 손을 잡아끈 것이다.

서 사장은 1986년부터 ‘동양증권맨’으로 살아온 내부 출신이자 업계 최초의 애널리스트 출신 사장이다. 2011년까지 동양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지냈다.

금융투자업계는 동양증권 공채 출신으로 30년 가까이 한우물을 판 서 사장의 판단력이 동양증권 M&A에 탄력을 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 사장은 “유안타 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유안타가 대만뿐 아니라 범중화권 증권사라는 것을 강조했다”면서 “국내 회사가 홍콩 등 중화권 시장에서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는 때 동양증권에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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