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문길 통신원] 1997년 일본을 충격에 빠뜨린 고베아동살인사건의 가해자가 최근 출판한 범죄수기가 현지 베스트셀러에 오른 가운데, 피해자 유족이 “자식을 두번 죽이는 짓”이라며 피맺힌 절규로 이에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이 사건의 장본인인 가해자 아즈마 신이치로(사건당시 14세, 현 32세)가 입을 귀까지 찢고 목을 절단한 뒤 중학교 정문에 그 목을 걸었던 피해자 하세 준(당시 11세) 군의 부친 하세 마모루(59) 씨가 먼저 나섰다. 그는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의 취재에 응해 “(범죄자가 수기를 출판해) 새삼 사건의 내용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유족의 마음도 상처입고, ‘아들을 두번 죽였다’는 생각”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산케이신문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 아즈마는 사건 후 매년 유족에게 편지를 보내왔으며, 사건 후 18년째인 올해 5월에도 편지를 썼다. 유족들은 당시를 떠올리는 것이 괴롭지만 자식에 대한 의무감으로 이를 읽어왔다.
그런데 아무런 언급도 없이 마지막 편지를 보낸 다음 달인 올 6월 아즈마가 ‘절가(絶歌)’라는 제목으로 범죄 내용과 당시 심경을 담은 수기를 출판했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한번 더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피해자의 부친 하세 마모루 씨는 인터뷰에서 “사건의 자세한 상황이나 가해자의 심경은 유족에게만 전하는 게 낫다”며 “사건을 몰랐던 이들에게 책을 통해 내 아이가 잔인한 수법으로 살해된 것을 알리는 것은 유족에게 이차, 삼차 피해를 입히는 짓”이라고 분개했다.
이에 앞서 일본 문학계와 수사 당국도 범죄자의 수기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이상현상을 보이는 데 대해 경각심을 감추지 않았다.
사건 발생 1년 뒤인 1998년 ‘소년A, 14세의 초상’이란 책으로 이 사건을 진단했던 중견작가 타카야마 후미히코 씨는 “(범행후 소년원 등에서) 극진한 갱생프로그램을 거쳐 사회에 나온 그는 이번에는 특정 출판사의 극진한 보호 하에 화려하게 작가로 데뷔하려고 한다”며 끔찍한 범죄자가 영웅이 되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건이 일어났던 고베 효고 현 내에서는 소속 도서관이 ‘절가’를 구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서점도 취급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족 측은 “한시라도 빨리 ‘절가’를 회수조치 하고, 앞으로도 범죄자가 자신이 지은 죄를 수기로 출판하는 행동도 규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국내에서는 조직폭력배 두목 출신 김태촌과 조양은 등이 회고록, 자서전 등의 미명으로 자신을 미화하는 내용의 글을 출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처럼 끔찍한 살인사건의 장본인이 수기를 낸 적은 없으며, 국민 정서적으로도 반감이 크다. 반면 일본은 종종 강력범죄자들의 수기가 출판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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