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미국 50개주에서 동성애 결혼이 허용됐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26일(현지시간) 동성간 결혼을 합법화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 대법관 9명 가운데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나타나 가까스로통과했다. 이로써 미국은 전국 단위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21번째 국가가 됐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수정헌법 14조(평등권)는 각 주가 동성 결혼을 허용할 것과 동성 간 결혼이 자신들이 사는 주가 아닌 다른 주에서라도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결혼은 예로부터 중요한 사회적 제도였지만 “법과 사회의 발전과 동떨어져 홀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이자 미국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승리”라면서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그는 “진보는 조금씩 쌓이면서 온다”며 “헌신하는 시민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진보는 때로 두걸음 앞서면 한걸음은 뒤로 물러서면서 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다보면 느리지만 이런 날도 온다. 꾸준히 노력하면 정의가 번개처럼 온다”고 말했다.
▶남부 14개주에 동성 결혼 허가 신청 잇따라 =이번 판결이 즉각 효력을 발휘하면서 텍사스, 미시시피, 조지아 등 그동안 동성 커플에 결혼허가증을 발급하지 않던 남부 14개주에선 법원에 동성 커플의 결혼 허가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번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동성커플 20∼25쌍이 미국 텍사스 주 트래비스 카운티 법원에 줄을 섰다. 네브래스카, 조지아,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아칸소, 미시간, 오하이오 등 다른 14개 주 법원에도 동성애 커플이 운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동안 동거 상태인 동성 커플 300만명이 결혼 허가를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보수 공화당간의 갈등 깊어질 듯 =하지만 연방대법원 내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들과 공화당의 보수 정치인들은 ‘전통적인 결혼의 의미가 정치적인 판결로 퇴색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대선 시기와 맞물려 보혁 갈등은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연방대법원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결혼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본 보편적인 정의는 역사적인 우연이 아닌 자연적인 필연에 의해 나온 것”이라고 이번 결정이 일으킬 파장을 우려했다.
보수 성향의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도 동성결혼에 대한 민주적인 토론을 법리적인 의견이 빠진 상태로 대법원이 끝냈다면서 이번 결정을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대법원의 판결은 동성결혼에 반대해 온 기독교인들의 종교 자유권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여론 조사 결과에 편의적으로 편승한 대법원의 결정은 수정헌법 10조에 명시된 주(州)의 권리를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또 다른 대권주자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사법 독재에 맞서 싸우자”면서 미국의 기초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종교의 자유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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