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가뭄에 작황이 좋지 않아 채소 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 상당수 채소 품목의 가격은 평년 수준이거나 그보다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풍년으로 채소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게 형성된 탓에 상대적으로 올해 가격이 급등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 가격정보사이트(KAMIS)를 살펴보면, 이달 19일을 기준으로 평년(최근 5년 중 최고값과 최소값을 제외한 3년의 평균값)에 비해 소매가격이 오른 품목은 가격 정보가 제공되는 전체 채소류 25종 가운데 12종이다.
배추와 양배추의 1포기 당 가격이 각각 3359원과 4187원으로 평년에 비해 50% 가량 올라 가장 높은 상승 수준을 보이고 있고, 파 역시 1㎏ 당 가격이 3580원으로 평년에 비해 49% 가량 높다. 여기에 생강 가격이 30% 정도 오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시금치ㆍ열무ㆍ마늘ㆍ방울토마토ㆍ고추ㆍ얼갈이배추ㆍ무ㆍ깻잎)는 10% 안팎의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13가지 품목은 오히려 평년보다 가격이 낮다. 파프리카(27%↓), 호박(22%↓), 미나리(16%↓), 청상추(15%↓) 등이 평년보다 가격이 떨어진 상태이며, 여름 제철 3대 식품인 참외(18%↓), 수박(12%↓), 토마토(10%↓)도 평년보다 싼 값에 구매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소 가격이 급등한 것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지난해 ‘풍년의 역설’이라 할 정도로 채소 작황이 좋아 가격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대표적 가격 급등 품목으로 거론되는 배추, 양배추, 파, 마늘은 지난해 가격이 평년보다 각각 11%, 37%, 24%, 11% 씩 떨어진 탓에 올해 가격 상승폭이 두배에 달할 정도로 유독 크게 느껴졌다. 역시 토마토와 수박, 미나리 등은 평년보다 가격이 떨어졌지만, 지난해 가격이 워낙 낮게 형성된 탓에 올해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여겨지는 품목이다.
지난해 유례없는 풍작으로 농가를 시름에 빠뜨려 유통업체에서 두 팔을 걷고 소비촉진에 나섰던 양파 역시 올해는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14%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년에 비해 가격이 다소 낮은 수준이다. 올해 많은 농가가 양파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서 재배 면적이 줄었음에도 아직 평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aT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기상조건이 좋아 전년도 가격이 전체적으로 낮게 형성된 탓에 기저효과로 인한 가격상승이 높게 체감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고지대에는 가뭄의 영향이 있어 지금이 한창인 고랭지 배추 출하 물량 등에는 영향이 있지만, 낮은 지대에는 물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어 가뭄의 영향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난해 풍작으로 경작지가 줄어든 마늘ㆍ양파 등 품목의 가격이 뛸 것으로 보이고, 가뭄이 향후 얼마나 더 지속될 지에 따라 채소 가격이 변화할 수 있어 민감 품목을 중심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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