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곧 진정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과는 달리 감염자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메르스 감염으로 인해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한 수준이다. 메르스에 대한 판단과 초기대응이 미흡하여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메르스의 사회적 비용이 지나치게 커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메르스에 대한 대담과 시론이 쏟아져오고 있는 시점에 필자까지 여기에 가세하게 된 것은 이번 메르스 사태의 몇 가지 교훈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첫째는 메르스 공포에 관한 것이다. 결핵으로 한 해 2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흡연과 관련된 질병으로 한 해 5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 그럼에도 결핵환자나 흡연자들이 두려워 외출을 삼가거나 한국관광을 기피하는 외국인들은 없다. 메르스가 이렇게 공포스러운 존재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은 생소함 때문이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본질적인 속성이다. 그래서 메르스의 경우 처음으로 들어본 이름 때문에 객관적 위험에 비해 주관적 위험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는 것이다. 초기에 메르스를 과소평가하다가 감염자가 속출하는 등 예상치 않은 결과를 맞게 된 방역당국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문가들까지 보내어 국민에게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메르스에 대한 임상적 조치가 현장에서 잘 이루어져야겠지만, 두려움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과 주변 국가들에게 올바른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신뢰를 잃은 정부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포에 빠진 국민을 구하기 위해서 언론의 각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는 감염병에 대한 대처능력에 관한 것이다. 방역당국의 초기대응 실패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 병원은 병원대로, 메르스 감염자는 감염자대로, 병원 방문객들은 방문객들대로 메르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정답인지 몰랐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철저히 씻어라”는 식의 보편적인 개인위생수칙 정도만 알고 있었다. 게다가 메르스 만큼 생소한 ‘자가격리’란 개념이 다급하게 들어오면서 사실상 격리도 아닌 격리조치가 시행되었다. 전적으로 자기 스스로 격리하는 개념인데 처음부터 지켜질 리가 만무한 격리방법이었다. 국민들의 사회의식이 고도로 성숙되었다면 모를까 지금의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 조치임에 분명하다. 전반적으로 허술한 매뉴얼도 손 봐야 할 대상이다. 셋째는 병원감염에 관한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특징은 주된 감염현장이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병원이라는 점이다. 병을 치료하려고 갔던 환자가 병원에서 치명적인 병원균에 감염된다면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없다. 한 때 병원이 ‘죽음의 집’(death house)이라는 별명을 얻은 적도 있지만, 병원감염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많은 수의 병원감염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환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병원의 기본적인 책무다. 정부에서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주무부처에서 정기적으로 의료기관 평가를 하고 있고 평가지표에 환자안전에 관한 것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겪어보니 미흡한 평가였음이 드러났다. 향후 평가를 강화함은 물론이고 환자안전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이 보강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항상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가 한 나라처럼 이동이 자유로운 세상에 제2, 제3의 메르스가 언제 어디서 국내로 유입될지 모른다. 따라서 귀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보건당국은 지금부터라도 또 닥칠지 모르는 새로운 감염병에 맞설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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