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ㆍ손미정 기자]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가정주부인 김모 씨는 지난 2일 저녁 마트에 장을 보러 찾았다가 어색한 경험을 했다. 평소에 빈 공간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넘쳐나던 주차장이 그날따라 텅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혹시 임시 휴업일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김 씨는 “장을 보고 집에 가보니 스마트폰에 ‘○○ 지역에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이라는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며, 메르스 공포감 때문으로 추정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에 대한 공포가 확대되면서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유통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특정 지역의 대형 마트뿐 아니라 서울의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서도 메르스의 공포가 내수 경기에 큰 몫을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의 방문 취소로 이어지고 있어 유통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사실 유통업계 입장에서 6월은 올해 전체 실적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3~5월에 걸쳐 수요가 살아나고 하반기 최대 성수기인 7, 8월과 추석이 있는 9월을 잇는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6월 선방’에 총력을 다해왔다.
지난해 실적을 봐도 그렇다. 이마트의 경우 작년 7월과 8월의 경우 매출 비중이 17.9%를 차지했으며, 롯데마트도 17.4%를 차지할 정도로 성수기를 보였다. 하반기 성수기로 가는 징검다리인 6월의 실적에 따라 한 해 실적의 증감이 결정될 수 있기에 유통업체로서는 6월 실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빠질 조짐인데다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는 심리가 겹쳐지면서 한 해 장사에 대한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롯데호텔에 따르면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기준으로 지난 3일 오후까지 중국발 예약취소가 10%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여러가지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도 지난 2일 기준으로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방문상품 예약취소건수가 전날 2500명에서 7000명으로 늘어난 상황을 전했다.
그래도 유통업계 관계자는 “6월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6월 한 달만 잘 버틴다면 올 하반기 소비심리 개선에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며 “올 한해 호실적도 기대할 수 있었는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여전히 기대감을 나타냈다.
좀 더 적극적으로 ‘6월’ 잡기에 나선 곳도 있다. 이마트는 현장 위생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하고 타액이 쉽게 전파될 수 있는 신선식품 작업장 근무자나 시식사원들은 100% 마스크를 하도록 했다. 홈플러스 역시 고객의 손이 가장 많이 닿는 쇼핑카트 옆과 화장실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메르스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악화될 경우 자칫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대형마트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총력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