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기영도 객원리포터] 탐 크루즈 주연의 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2054년 미 워싱턴은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이 가동되는 미래다. 예언자들이 본 미래로 이 같은 일이 가능해진다.

방법은 다르지만 2015년 우리나라의 서울경찰철 지하철경찰대도 성추행, 도촬 범죄를 미리 예측하고 범인을 잡아내고 있다는 사실. 이들은 영화속 예언자들 같은 예언 능력은 없다. 그러나 경험과 육감만으로 의심 정황을 포착하며, 상당한 확률로 적중한다. 현장에서 적발된 추행범은 꼼짝 없이 붙잡힌다. 귀신같은 솜씨라는 찬사는 이들 수사관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지하철경찰대 수사관들의 ‘예지 수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4가지 항목으로 짚어봤다.

▶대형 환승역, 성추행범 잡는 그물을 치다=신림역 서울역 같은 대형 환승역과 유흥가가 밀집한 홍대역 이대역 건대역 명동역은 성추행범과 몰카범들이 활개를 치는 곳이다. 이런 역에는 어김 없이 이들을 잡아내는 수사관들도 잠복해 있다. 사복 차림으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은신한 채 ‘매의 눈’으로 출퇴근 인파를 조망한다. 상대의 동태는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면서 자신의 위치는 감추는 것. 이제 기다린다. 의심되는 정황이 나타날 때까지다.

▶피해자 예측과 가해자 예측 동시에=수사관들은 피해자 예측과 가해자 예측을 동시에 한다. 짧고 통이 넓은 플레어 스커트 차림의 여성, 누가 보더라도 예쁜 여성 뒤에 동행이 아닌 남성이 밀착하듯 접근하면 의심정황이다. 물론 단순히 접근하는 것뿐 아니라 가해 남성이 특이할 만 한 이상행동을 보인다.

수사관들에 따르면 범행 의도가 있는 남성은 범행 대상으로 삼을 여성을 발견한 순간부터 미행하듯이 여성에게 따라붙는다. 개찰구든 환승통로든 전철 같은 칸까지 따라들어간다. 이 때 실은 수사관들의 미행도 동시에 이뤄진다. 인이어 마이크로 긴급히 상황을 주고받은 수사관들은 우범 대상을 쫓아 같은 전철을 따라 탄다.

▶현장 검거, 피해자 진술, 추가 증거 확보이 원스톱으로=수사관들이 자신을 둘러싸듯 포진한 것을 의심 남성은 인지하지 못 한다. 그의 손이 몇 차례 여성을 더듬는 순간, 또는그의 스마트폰이 특정각도를 향하며 사진을 찍는 듯한 동작이 보이는 순간, 수사관의 손은 남성의 ‘못된 손’을 거칠게 붙든다.

용의자는 억울하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보한 동영상, CCTV, 피해 여성의 즉석 진술까지 제시하면 그제서야 고개를 숙이고 선처를 구한다.

수사관들에 따르면 치맛속 촬영을 노리는 몰카범들도 특정 패턴을 보인다. 특히 에스컬레이터나 높은 계단에서 여성 뒤를 따라 오르며 의심스런 손동작이나 자세를 취하는 것을 이들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

▶헛다리 짚고 실패해도… 양해해 주는 시민들=무고한 이를 성추행범으로 오인한다면 상당한 실수다. 하지만 애매모호하다고 해서 확인을 하지 않는다면 수사 성과를 낼 수 없다. 양해해 주는 시민들이 있기에 수사관들도 힘을 내고 계속 수사할 수 있다.

베테랑 수사관도 실수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의심 대상을 포착하고 “휴대전화 사진을 찍은 것 같은데 내용을 좀 확인할 수 있겠느냐”고 요청하고 허락을 받아 사진을 확인했지만 허탕. 의심을 받은 시민들은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왜 범인 취급을 하느냐”고 화를 내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큰 문제를 삼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사관들의 역할이 꼭 필요한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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