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PD가 지원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 아닌가요? 콘텐츠 전문가가 방송사 CEO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12일 오후 5시 MBC 신임사장 공모가 마감되자, MBC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인물이 등장해 방송가 안팎이 놀라고 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를 비롯해 ‘전파견문록’ ‘느낌표’ ‘나는 가수다’를 만든 김영희(54) 예능본부 특임국장이다.
김영희 PD는 이날 지원서를 제출한 뒤 “예능PD가 지원했다는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미 지난해 김재철 사장의 사임 이후 시작된 신임사장 공모 당시에도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됐지만, 그는 지원서를 제출하는 대신 중국으로 떠났다.
김 PD는 “사장직에 대한 권유가 많았지만, 준비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원할 수는 없었다”며 “대신 중국으로 떠나 콘텐츠 제작에 힙썼다. ‘나는 가수다’와 ‘아빠!어디가?’의 플라잉PD로 중국을 오가며 제작노하우를 전하다 보니 국내 방송환경의 위기를 느꼈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고심이 깊었다”고 그간의 생각을 전했다.
‘콘텐츠 제작자’이자 한 방송사의 PD로서 자체제작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고, 현장을 직접 뛰다 보니 국내 콘텐츠 글로벌화의 시급함을 인지하고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김 PD는 특히 “이미 국내 방송 환경은 지상파를 중심으로 시장의 과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며 “방송 콘텐츠야말로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미래 먹거리인데,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 국내 방송환경의 수십배 규모가 되는 중국시장에서 국내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고, 그 노하우가 내게 있었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수없이 비행기를 타며 중국을 오갔던 김영희 PD는 두 편의 프로그램을 히트시키며 중국 내에선 소위 ‘예능의 신’으로 불리고 있다. 당연히 중국 유수 방송사들이 수십억원대의 몸값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 PD는 “여러 제안을 받는 동안 오히려 결심을 굳히고 지원서를 제출했다”며 “국민에게 받은 사랑을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과 방송에 대한 신념이 있었다”고 했다.
이번 신임사장 공모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김 PD는 무엇보다 ‘콘텐츠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강조했다.
김 PD는 “방송사는 소비자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다”며 “포화상태에 놓인 국내 방송환경을 벗어나 콘텐츠라는 미래먹거리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한다. 현장경험을 쌓은 콘텐츠 전문가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국내 방송환경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예능PD야말로 시청자가 원하는 부분을 가장 감각적으로 아는 PD일뿐 아니라 방송사의 수입을 책임지는 중요한 인적 자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PD는 “정치적 중립성과 보도 공정성에 대한 균형감각은 당연히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한 PD로서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세를 익혀왔다. 그간의 노하우를 통해 MBC를 이끌어 따뜻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MBC와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따르면 지난 3일 시작한 MBC 사장 공모 접수는 이날 오후 5시에 마감, 김영희 MBC 예능본부 특임국장을 비롯해 김종국(58) 현 MBC 사장, 박명규(66) 전 MBC 아카데미 사장, 안광한 MBC플러스미디어 대표, 이상로(59) iMBC 이사, 이진숙(53) MBC 워싱턴지사장, 전영배(57) MBC C&I 사장, 최명길(54) 전 MBC 유럽지사장, 황희만(60) 전 MBC 부사장 등 10여명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방문진은 오는 17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지원자들의 경영계획서를 토대로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한 뒤 21일 면접과 이사회 투표를 거쳐 차기 사장 내정자를 결정할 방침이다. 차기 사장은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되며 임기는 3년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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