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손모(33ㆍ여) 씨는 최근 월 33만원 하는 초등 돌봄학원에 아이를 보내기로 했다. 학교에서 하는 돌봄교실 예비소집일에 갔다가 “맞벌이 부부는 7순위 정도로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저소득층, 사회적배려자, 한부모가정 등에 먼저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 씨는 인근의 영어학원에서 5만원을 추가로 내면 학원 수업이 끝난 후 8시까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를 이 곳으로 보내기로 결정했지만 “신청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맞벌이는 예외인가보다”며 황당해했다.

새학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준비부족의 초등돌봄교실 때문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늘고있다. 신청자는 지난 해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 데 아직 교실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돌봄교실 이용을 희망한 학생은 24만6120여명으로, 지난해 15만9737명보다 50% 가까이 증가했다. 당초 교육부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시설비 597억원을 배정하고 4000여개의 교실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2007년 출생한 황금돼지띠 어린이들의 초교 입학으로 희망자가 폭증하면서 예산에 차질이 생겼다. 각 시ㆍ도 교육청이 부담해야 할 운영비 역시 200억원 가량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돌봄교실 하나에 30여명의 학생을 몰아넣거나, “정원이 다 찼다”며 학부모들의 신청을 거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시의 일부 학교에서는 돌봄교실을 위한 교실이 부족해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학급을 돌봄교실로 활용하려다 관련단체의 비난을 사기도 했고, 아이들을 위해 지급되는 간식비도 턱없이 부족해 담당 교사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학부모들은 학교의 서비스를 신뢰할 수 없다며 사설학원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수업이 끝난 후 영어ㆍ수학 등 보습학원이나 태권도ㆍ피아노와 같은 예체능학원을 수강한 후 해당 학원에서 학부모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학교 돌봄교실처럼 아동을 맡아주는 방식이다. 저학년의 경우 받아쓰기를 시키거나, 놀이터에서 체험학습을 하는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서울의 한 초교 교사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공교육 기관의 준비가 부족하다보니 엄마들이 학교를 믿지 못한다”며 “일부 선생님들은 형편이 되는 맞벌이 부모에게 오히려 학원을 권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