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지 않는게 우리의 철학…사장 · 임원 · 직원 따로 없죠” …‘놀공발전소’ 사람들이 말하는 신개념 일터
놀듯이 일하면 게임이 떠오르고 그 아이디어로 클라이언트 만족
현대차 글로벌캠프 프로젝트 독일문화원 괴테게임 행사 등 소비자 맞춤형놀이 창출·제공
“놀이본능 일깨우는게 우리 업무 노는게 우리의 주요한 일이예요”
얼마 전 TV에서 영재교육에 성공한 부모의 스토리가 방영됐다. 진행자가 물었다. 비결이 무엇이냐고. 대답은 간단했다. “그냥 책을 아이 방에 맘대로 놔뒀어요. 아이가 놀 때도 지쳐 쓰러질 때도 책이 방에 뒹굴고 있었지요.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가 책을 보기 시작하더군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평범한 건물 3층에 위치한 놀공발전소. 이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TV에서 본 한 장면이 떠올랐던 것은 왜일까.
문 앞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각자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과일, 과자, 우유, 콜라 등이었다. 컴퓨터며 자판이며 게임기 등은 무질서하게 놓여 있었다. 분위기는 떠들썩했다. 마치 놀이터처럼. 각자의 책상도 따로 없었다. 직원 11명이 책상 이곳 저곳에서 자유롭게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아니, 일을 한다기보다는 잡담하는 모습이었다. 눈을 돌려보니 사무실 한쪽에 위치한 주방에는 귤, 딸기, 우유, 커피 등 먹을거리가 풍성하게 쌓여 있고, 조리대 밑에는 티켓 투 라이드(ticket to ride) 등 외국산 보드게임이 수십개 놓여 있다. 구석의 책장에는 열혈강호, 베가본드, 20세기 소년 등 만화책이 1권부터 최종권까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직원인 임애련 씨는 멋쩍은 듯 “정리를 해도 정리가 안 되네요”라고 웃는다.
이곳은 놀공발전소다. 어엿한 직장이다. 하지만 기존 일터와는 개념이 다르다. 일하는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놀듯이 일해요. 노는 게 우리의 주요한 일입니다”라고 한 직원은 말한다.
놀공발전소는 뉴욕에서 20년간 게임 회사와 게임 학교를 세우며 화제를 일으켰던 피터 리(Peter Lee)가 한국에 세운 회사다. 임애련 씨가 여기에 동업으로 참여했고, 어느새 직원 11명 규모로 커졌다.
피터 리 대표는 “여기엔 사장이고 임원이고 직원이 따로 없습니다. 개개인이 바로 회사죠.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는 기존 회사처럼 피튀기게 경쟁하지도 않고, 놀듯이 일을 하면서 업무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이곳 직원들의 이름에는 직책이 없다. 단지 상대방을 공경한다는 뜻에서 이름에 공(公)을 붙여준다. 대표는 피터공으로 불리고, 동업자인 임애련씨는 애련공으로 불린다. (이하 피터공, 애련공으로 칭한다)
도대체 무슨 회사일까. 피터공은 “우리가 하는 일을 말로 설명한다는 게 참으로 힘듭니다. 교육과 문화 쪽 활동을 하면서 ‘게임’이라는 방법을 통해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을 한다고나 할까요”라고 한다. 설명을 들으니 더욱 안갯속이다.
놀공발전소는 특이한 집단이다. 기업으로서 HR 교육 지원을 하기도 하고, 기업 마케팅 기법을 개발 지원하기도 하고, 게임 이론과 게임 프로그램으로 기업 가치를 구성원 간 확대시키는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회사다. 얼마 전에는 현대차 글로벌캠프 프로그램을 맡아 서울을 배경으로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독일문화원과는 괴테의 파우스트 작품 게임을 통한 놀이 프로젝트도 개최한 바 있다. 한 마디로 놀이 프로그램을 창출해 필요한 소비자에게 맞춤형 공급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프로그램 공급자를 표방하는 게 아니라는 게 놀공발전소의 특징이다. 프로그램 공급자로 한정한다면 수주를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예 목표점을 ‘비경쟁’으로 삼았다.
“놀공(놀공발전소의 애칭)은 아티스트 집단입니다. 놀공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경쟁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철학입니다. 그래서 홍보물도 만들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회사에서 대체할 수 없는 우리만의 뭔가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피터공의 말이다.
애련공은 “놀듯이 공부한다는 개념으로, 우리 역시 놀듯이 일합니다. 놀듯이 일하면 각종 게임이 떠오르고, 그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클라이언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죠. 그렇다고 우리 게임을 사 달라고 홍보하지도 않고요. 우리 게임의 위력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객이 찾아오게 만드는 방식으로 일을 합니다. 환경 분야에 그린(Green)이 대세가 됐듯이, 업무방식에 관한한 우리의 일터가 바로 그린(Green)일 것입니다”고 덧붙인다.
한 분야에서 경쟁하고, 필요하다면 경쟁사를 밀어뜨리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쓰는 우리 영업방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다. 그만큼 자신들이 놀듯이 만든 게임 프로그램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다고 게임 기반의 학습과는 다릅니다. 기업들 성인 교육, 페스티벌, 클래식 프로그램 등에 우리만의 ‘빅게임’을 융합해 새 게임 프로젝트를 창조하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에게 듣는 질문은 ‘그게 돈이 되느냐’는 것이란다. 피터공의 대답은 이렇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더 놀자 페스티발’을 진행했단다. 직장인 등 500~600명의 사람들을 초청했다. 무료로 진행했다. 어린 아이들과 학생, 청년,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 등 전 계층이 함께했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처음 만났지만 게임을 통해 금방 친해지고 세대를 거슬러 함께 놀 수 있게 됐다. 참가한 한 직장인들은 “하루 종일 술도 안 마시고 놀았는데 왜 이렇게 즐거운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더란다. “우리 사업이 가능성이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누구나 갖고 있는 놀이 본능을 일깨워주고, 그냥 같이 놀면 그게 우리가 일 하는 것입니다. 사업성도 크고요.”
회사 같지 않은 회사, 직장 같지 않은 직장.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경쟁 속에 내쳐지는 현실을 스스로 탈출하고, 즐겁게 일하는 놀공의 업무방식은 분명 시사점이 커 보인다.
최진성ㆍ민상식 기자/
ys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