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이 아닌 파이터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데뷔전을 앞둔 윤형빈의 각오는 단단했다. “1라운드에서 끝내겠다”는 당찬 포부, ‘진짜 파이터’로 봐달라는 바람도 함께 였다.
지난 9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로드FC 14 라이트급 경기에서 윤형빈은 일본의 다카야 츠쿠다를 1라운드 4분19초 만에 제압했다. 초반부터 수월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윤형빈은 그간 갈고 닦은 실력으로 연예인이라는 편견도 걷어냈다.
▶ 분노ㆍ동경ㆍ성취ㆍ극복…스타들은 왜?=연예계엔 돌연 윤형빈처럼 새로운 도전에 나선 스타들이 몇몇 있다. 운동선수로의 도전에 나선 이유도 제각각이다.
윤형빈은 지난 2012년 종합격투기 선수로 도전을 시작했다. 3개 고등학교 통합 ‘짱’으로 학창시절부터 주먹 좀 썼다는 윤형빈이 격투기에 도전한 이유가 있었다. 2011년 7월 여자 격투기 선수 임수정이 일본의 한 지상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아마추어 선수 출신이라는 사실을 숨긴 일본 남자 개그맨 3명과 불공정한 경기를 치른 뒤 전치 8주의 부상을 당했던 쓰라린 기억 때문이었다. 당시 윤형빈은 “일본 예능인들의 올바르지 못한 태도에 대한 불쾌감 때문에 격투기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윤형빈에 앞서 개그맨 이승윤은 2010년 10월 로드FC 대회에 도전했다. 비록 박종우 선수에게 TKO 패배를 당했지만, 경기 전 그는 “격투기는 관심이 많았고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였다. 정식 선수로 활동한다는 개념은 아니지만 스스로를 시험해보고 싶었다”며 “어릴 때부터 링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대회가 열린다기에 더 늦기 전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격투기에 도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시영은 ‘복싱하는 여배우’다. 지난 2010년 드라마 속 배역을 위해 복싱을 시작했지만, 드라마 출연이 무산되자 이사영은 당시 복잡한 심경을 맞게 됐다. 과거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이시영은 복싱을 시작했던 계기에 대해 이 같은 이야기를 언급하며 “처음에만 화려하고 끝까지 이뤘던 게 내 인생엔 하나도 없었다. 하나만이라도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에 시합에 나갈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취미생활로 시작한 도전이 아니었다. 이시영은 결국 같은 해 전국생활체육복싱대회에 혜성처럼 등장했고 지난 2012년 2월엔 인천시청 복싱팀에 입단, 국가대표 평가전에도 출전하며 지금도 꾸준히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배우 송일국은 철인삼종경기다. 송일국은 대한트라이애슬론경기연맹 부회장을 맡으며, 연맹 운영과 함께 선수로의 참가를 겸하고 있다. 지난해엔 틴틴파이브 출신 방송인 이동우가 경남 통영에서 열린 ITU 트라이애슬론에 출전해 4시간21분34초의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각장애를 안게 된 이동우는 ’슈퍼맨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그 첫 번째 도전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겼다. 이동우는 경기 이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불행처럼 다가왔던 장애가 최선을 다해 살아햐 한다는 마음을 갖게 해준 것 같다”며 “나 역시 대부분의 연예인처럼 대접받고 편하게 사는 것에 길들여진 사람이었지만, 내가 열심히 해서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보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인 이동우가 아닌 장애를 먼저 보는 사람들에게 이동우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고, 늘 나약한 아빠가 아닌 슈퍼맨 아빠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 연예인이라는 이유로…선입견은 여전?=의도와는 달리 스타들의 도전에는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노력과는 무관하게도 스타 마케팅으로 비쳐지는 사례도 종종 있으며, 대중의 시선도 그만큼 곱지 않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의 도전이기 때문에 비인기 종목의 경우 반짝 화제가 되기도 해 도리어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며 “당연히 철저한 준비와 피나는 노력이 바탕한 도전이어야 한다. 성실하게 새로운 일에 도전해도 대중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우가 더 많기에 도전과 편견이라는 두 가지 벽에 맞선다는 자세로 임하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OSEN, SM엔터테인먼트]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