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올림픽 2회 유치, 인구 1300만명, 연간 예산 13조3000억엔…’

일본 도쿄(東京) 도지사 선거에서 마스조에 요이치(65ㆍ舛添要一) 전 후생노동상이 압승을 거둔 것은 도쿄의 정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제만 성장시킬 수 있다면 정치적 판단이나 도덕적 기준은 무시해도 된다는 ‘경제 제일주의’ 성향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정치ㆍ행정ㆍ경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은 후진적 정치의식의 발로라는 비판이다.

마스조에 요이치 당선자는 선거 초반부터 정치적 성향이나 사생활에서 문제가 많은 인물로 꼽혔다.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최근 일본 의회에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 자위권 행사와 해외 무기 사용 기준 완화 등을 압박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일본의 무력 사용과 교전권을 금지한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군 보유를 공식 명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깨끗하지 못한 사생활도 문제다.

마스조에 당선자는 2번의 이혼경력에 혼외자녀 문제까지 안고 있다. 3번의 결혼 생활에서 2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또 다른 2명의 여성 사이에 혼외자식이 3명이나 있다. 최근엔 혼외자녀 양육비 문제로 법정에도 선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문제들은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전혀 이슈로 부각되지 못했다. 마스조에 당선자가 앞세운 ‘경제 회복’ 공약이 당초 복병으로 예상됐던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의 ‘탈(脫) 원전’ 선언을 누르고 표심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NHK 방송의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31%가 경제와 고용 정책이 투표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대답했다. 반면 원전ㆍ에너지 정책을 꼽은 유권자는 22%, 의료ㆍ복지 정책을 중시한 경우는 21%에 불과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군사대국화를 위해 ‘천황(일왕)’까지 부활(NHK경영위원 망언)시킨 아베 정권의 ‘가미카제(神風) 리더십’이 갈수록 젊은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실제로 이번 도쿄도 지사 선거 출구조사 결과, 20대와 30대가 극우성향 후보인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공군참모총장)에게 호소카와 후보보다 2배나 많은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24%가 다모가미 후보를 지지했다. 다모가미 후보는 유세 때 “군위안부는 거짓이다”이라는 망언을 쏟아내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이처럼 도덕과 정치가 실종된 도쿄 도민들의 ‘부끄러운’ 선택은 ‘일회성’이 아니다.

도쿄 도민들은 지난 1999년에도 ‘망언 제조기’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현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의 손을 들어줬었다. 이시하라 공동대표는 “일본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아예 없다” “군대에 매춘이 따라붙는 것은 역사의 원리”라며 일제의 침략전쟁과 위안부 동원 사실을 부정하는 궤변을 늘어놓은 대표적인 극우 보수인사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