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지사 선거 아베정권 압승

“만년의 절조 더럽힌 고이즈미” 日 정부 · 여당 원색적 비난 왜곡된 애국론 확산 기폭제로

“고이즈미가 만년의 절조(晩節) 더럽혔다”

9일 치러진 일본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아베 신조 (安倍晋三) 정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마스조에 요이치(65ㆍ舛添要一) 전 후생노동상이 압승하면서 아베 정권의 집단적 우경화 광기가 가속화될 기세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경제 회생과 도쿄도 지사 승리의 자심감을 등에 업고 반(反)아베 세력에 일본 특유의 집단 따돌림(이지메)을 서슴지 않고 있다.

첫번째 타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 전 총리다. 1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여당(자민당) 관계자들은 고이즈미 전 총리에게 “만절(오랫동안 지켜온 절개)를 더럽혔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같은 자민당 출신 총리임에도 불구하고 ‘탈원전’을 내세운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변절자’라는 낙인을 찍은 것이다. 이는 향후 고이즈미 전 총리가 원전 관련 지자체 선거에 나와 ‘탈원전’을 또 다시 주장할 것에 대한 사전 ‘싹자르기’로 풀이된다.

앞서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특정비밀보호법과 관련해 자신을 비판한 진보성향의 아사히신문에 대해서도 “아베 정권 타도가 사시(社是)인 신문”이라며 재갈을 물린 바 있다.

꼬삐 풀린 일본의 우경화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세력도 약화하고 있다. ‘아베 정권의 브레이크’를 자임해온 연립여당 공명당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반대했지만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는 일정부문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히 게이치(石井啓一) 공명당 정책조사회장은 “일본 영해 잠수함 침입 등 낮은 수위의 지역 분쟁에 무력 대응하는 이른바 ‘마이너 자위권’에 대해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이너 자위권은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우회로’일 뿐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기미지마 가즈히코(君島和彦) 도쿄학예대 명예교수는 “전에는 역사 왜곡 발언을 한 각료는 사퇴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요즘엔 그렇지 않다”며 일본내 군국주의 역사관에 대한 제어가 약화된 분위기를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우경화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바로 ‘2차대전 원죄론’이 ‘애국론’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왜곡된 역사관을 확산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리나가 다쿠로(森永卓朗) 도쿄 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강한 일본’이라는 주제는 일본 사회에서 민감한 것으로 인식되었는데 여기에 발을 담그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 것부터가 일본 사회가 보이고 있는 큰 변화”라고 지적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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