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윤형빈이 개그맨이 아닌 파이터로 선 첫 무대에서 당당히 TKO(Technical Knockout) 승을 거뒀다. 경기 전 각오처럼 1라운드 만에 끝낸 승부였다.

윤형빈은 지난 9일 오후 서올 방이동 올림픽 공원 올림픽 홀에서 열린 로드FC 라이트급 경기에서 일본의 타카야 츠쿠다를 상대로 1라운드 4분19초만에 TKO 승리를 일궜다. TKO승은 권투에서 한쪽 선수가 경기 속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상 또는 그밖의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 주심이 경기를 중단하고 승패를 결정하는 일이다.

결전의 날은 만만치 않은 경기가 이어졌다. 윤형빈은 1라운드 시작 20초 만에 타카야 츠쿠다의 강펀치를 맞고 중심을 잃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도 직면했다. 하지만 그대로 당하지는 않았다. 상대선수가 달려들 때 윤형빈은 타카야 츠쿠다를 케이지 쪽으로 밀어내며 위기를 모면했고, 날카로운 주먹으로 타카야 츠쿠다를 몰아세웠다. 펀치 한 번씩 주고받기를 반복하다 윤형빈도 기세가 올랐고, 타카야 츠쿠다는 수비태세로 게임을 이끌었다.

1라운드 종료 1분여를 남긴 상황에서 타카야 츠쿠다는 회심의 라이트 펀치를 찔러넣었지만, 윤형빈은 공격을 피하며 카운터 펀치를 시도했다. 안면에 펀치를 맞은 타카야 츠쿠다는 윤형빈의 공세에 맥을 못 췄고, 코치는 결국 수건을 던지며 패배를 인정했다.

윤형빈의 데뷔전을 향한 관심은 경기 전부터 뜨거웠다. 개그맨이 아닌 파이터로의 첫 경기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로드FC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특별 프로모션으로 내세웠던 윤형빈의 경기는 일본 아마추어 1전 경험을 가진 타카야 츠쿠다와의 승부로 선수들의 기량과는 무관하게도 가장 마지막 타임으로 경기가 배치됐다. 그만큼 화제성을 담보한 이벤트였다.

이유가 있었다. 윤형빈은 일본 선수를 상대로 경기에 임하기에 앞서 지난 2011년 일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국내 여성 파이터 임수정을 상대로 아마추어 파이터 이력을 숨긴 예능인 세 사람에게 무차별 공격을 받은 후 전치 8주 진단을 받았던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 “비열한 경기였다”며 “같은 개그맨끼리 3대3으로 붙어보자”는 글을 남겼다. 윤형빈은 해당 방송사에 공식사과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종합격투기 선수로 나설 것을 선언했다.

윤형빈(윤성호/개그맨/가수/오버액션)
윤형빈이 개그맨이 아닌 파이터로 선 첫 무대에서 당당히 TKO(Technical Knockout) 승을 거뒀다. 경기 전 각오처럼 1라운드 만에 끝낸 승부였다.
윤형빈(윤성호/개그맨/가수/오버액션) 윤형빈이 개그맨이 아닌 파이터로 선 첫 무대에서 당당히 TKO(Technical Knockout) 승을 거뒀다. 경기 전 각오처럼 1라운드 만에 끝낸 승부였다.

윤형빈의 데뷔전 상대가 일본선수로 결정되자, 당시 사건은 다시 회자되며 이번 경기를 둘러싸고 윤형빈은 ‘독립투사’와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경기에 앞서 타카야 츠쿠다와 벌인 SNS 설전도 한 몫 했다.

타카야 츠쿠다는 “격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지금도 땀흘리고 있는 파이터들을 위해서 ‘개그맨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메인이벤트 경기에 나서는 윤형빈을 이기고 싶다”, “한국인에게 질 수 없다”는 말로 도발했고, 이에 윤형빈은 “종합격투기 선수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게 된 계기가 , 이전의 일본 개그맨의 정당하지 못한 태도에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다. 한동안 있고 있었는데, 본인보다 나이도 한참 어린 일본 선수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그때 그 감정이 되살아났다”며 승리를 다짐했다. 경기 이전부터 두 사람의 만남은 화제가 되며 온라인과 SNS 상에선 반일 감정이 들끓었고, 타카야 츠쿠다는 임수정 사건과는 무관했지만 일련의 ‘도발’로 국내 네티즌들의 비난도 온 몸으로 맞아야 했다. 결국 이 경기는 ‘임수정 복수전’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격투기 팬들 사이에 오르내리기까지 했다.

물론 첫 데뷔전을 승리로 마무리한 윤형빈이 경기를 임하는 각오와 자세는 기성 선수들 못지 않았다. 대회를 앞둔 훈련기간동안 끊임없는 노력으로 기량을 갈고 닦았고, 대회 출전을 위해 하루만에 6kg을 감량하며 라이트급 한계체중을 통과했다. 경기 직전 비쳤던 “개그맨이 아닌 파이터로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처럼 이번 대회의 승리로 윤형빈은 개그맨으로서가 아닌 격투기 선수로도 제2의 길이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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