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ㆍ신대원 기자〕 남북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첫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면서 향후 경제분야로의 협력확대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성택 처형 등으로 뒤숭숭해진 민심수습을 위해 경제난 해결이 절실해진 북한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뚜렷한 치적이 부족한 박근혜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 이번 이산가족 상봉 합의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다만 ‘북핵(北核)’이라는 변수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여전히 핵문제 해결 전까지는 남북관계의 본격적인 진전을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해 5일 판문점에서 열린 적십자 실무접촉은 불과 4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양측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공감을 갖고 마주 앉은 덕분이다. 이산가족 상봉 이상의 무언가를 위한 암묵적 동의를 한 셈이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 앞서 “이번 첫 만남이 북남 사이의 관계 개선을 위한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도 “남북관계에 서로 믿음을 쌓고 협력하는 계기가 되도록 같이 노력해나가자”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6일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국방부에서 열린 2014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정부 2차년도인 금년에 대북ㆍ통일정책에 대한 실질적 성과를 거둠으로써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통일시대를 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 장관은 박 대통령의 공약인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작업도 “연내에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업시작 시점에 대핸 첫 정부 발표다.
특히 통일부는 경제협력에 무게를 뒀다. 개성공단 제도개선 등을 통해 국제화 여건을 조성하고, 북한 주민의 생활 향상을 위한 농축산ㆍ산림 협력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계획이다.
또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추진이 본격화 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북한과 러시아 간 ‘나진-하산 물류사업’ 지원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부산-나진-러시아’로 이어지는 남ㆍ북ㆍ러 물류 활성화 체인 구축이 목표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는 이미 우리 기업의 참여를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일단 우리 기업들의 현장실사를 위한 방북 등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며, 향후 투자계약 등 구체적인 사업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각 사업추진 단계에 맞추어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과 함께 남북경협의 양대 축이었던 금강산 관광 재개의 실마리도 잡았다. 20일부터 진행될 이산가족 상봉 장소는 우리 주장대로 금강산 관광의 핵심이었던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로 정해졌다. 지난 해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 협상 당시 북한은 해상호텔인 해금강 호텔과 현대생활관 숙소를 고집했고, 결국 당시 상봉행사는 무산됐다.
익명의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장성택 숙청에도 불구하고 경제부문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친(親) 장성택’ 인사들을 계속 기용하는 등 김정은 체제 안정의 한 축으로 경제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라며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매파’가 득세한 북한 내에 ‘비둘기파’의 입지를 다시 넓히기 위해 남북경협 등을 통한 연결고리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 이산가족 상봉에 이은 남북경협 확대까지는 넘어야 할 고개들이 많다. 북한이 핵무장 해제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한 유엔의 대북 금수조치, 5.24조치(대북경협중단) 등의 경협 빗장을 풀기 어렵다. 그리고 이미 지난 해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로 확인됐던 북한 내 사업의 연속성 보장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남북경협이 제대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해야 하는 데 당장 북한에 대한 직접 투자도 유엔 결의로 막혀있고, 설령 투자한다고 해도 북한 당국이 사업지속성을 보장할 지 불투명하다”면서 “남북한 신뢰만 확실히 구축된다면 경협을 위해 정부가 기업의 등을 떠밀지 않아도, 기업 스스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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