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비만에는 돈이 좀 든다. 고칼로리식 수시로 챙겨 먹으랴, 특대 사이즈 옷 사입으랴, 자칫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당뇨 같은 성인병이라도 걸리면 병원비 또한 만만치 않다. 만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버클리 시민이거나, 뉴멕시코주 북서부나 유타주 남동부의 나바호족 비만인이라면 여기에 ‘비만세’까지 내야한다. 실제 비만세란 세목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이들 지역에선 가당음료나 패스트푸드 식품에 대한 판매세율을 높였다. 이른 바 ‘소다세’ ‘정크푸드세’다. 이런 식품을 사 먹고 싶거든, 비만으로 인해 유발되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해 나라에 세금을 좀 더 내시라는 얘기다.
하지만 특별 과세가 식품 가격 상승만 부추길 뿐 소비자의 건강과는 무관한 일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뚱보들의 나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만과의 전쟁’의 한 단면이다.
▶나바호국 이달부터 정크푸드에 2% 과세 = 미국 LA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북동부, 유타주 남동부, 뉴멕시코주 북서부에 걸친 원주민 자치구역인 나바호인디언보호구역(이하 나바호국)에선 지난 1일부터 스팸, 에너지드링크, 라면, 치즈볼 등에 2% 판매세를 붙여 팔고 있다. 동시에 이날부터 신선한 과일과 채소에 붙던 5% 판매세는 완전 면제됐다. 가당음료, 과자, 사탕과 초콜릿 등 당과류, 영양적 가치가 거의 없는 굽거나 튀긴 식품 등에는 2% 판매세가 더 붙는다. 이런 류의 세목은 미국에선 처음이다. 이렇게 걷힌 세금은 지역 농산물 직매장, 대단위 온실 조성 등 지역사회 복지 프로젝트에 쓰일 계획이다.
나바호국 지자체는 작년 11월에 주민의 비만, 당뇨, 심장질환 증가를 막기 위해 건강식법(Healthy Dine Nation Act)을 제정한 바 있다. 나바호지역 인디안보건서비스에 따르면 나바호 족 가운데 2만4600명이 비만이며, 일부 지역에선 주민의 60%가 2형 당뇨 환자다.
이 지역 실업률은 40%, 빈곤층 인구 비중은 44%로 미국에서도 못사는 축에 든다. 그래서 일각에선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를 더 움추려들게 한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끊이지 않는 ‘소다세’ 논쟁 = 나바호국 뿐 아니라 미국에선 부쩍 탄산음료 퇴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작년 12월에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는 미국 최초로 탄산음료에 적용하는 소다세를 도입했다. 올 들어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은 탄산음료를 어린이 메뉴에서 빼는 등 사회분위기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30개 주와 시에서 소다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반대에 부닥쳐 거의 실패했다. 2013년 뉴욕에선 대형 크기의 탄산음료 판매 금지법이 추진됐다가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논란이 많다. 쟁점은 세금 인상이 탄산음료 판매, 나아가 국민 건강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대의 배리 팝킨 영양학 교수는 소다세(판매가의 평균 5.2%)가 탄산음료 판매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정도로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리노이대의 리사 파월 건강정책 및 행정 교수는 “온스 당 1페니 과세는 전체적으로 17%의 가격 인상과 같다. 이는 20%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다세가 제품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작년 초 소다세를 도입한 멕시코에선 소다세 도입 직후 탄산음료 판매가 10% 감소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로는 2% 판매 감소에 그쳐 이것이 소다세에 의한 결과인지 명확치 않다.
유럽에선 덴마크가 2013년에 소다세를 폐지했는데, 이듬해인 2014년 탄산음료 판매는 2012년에 비해 12%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WP는 “미국에선 탄산음료 소비가 2000년부터 떨어지고 있는데, 비만율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소다세 도입과 탄산음료 판매 감소는 미국인 건강과는 별개라고 지적했다.
▶미국 비만 어떻길래 =길거리나 상가에서 ‘뚱보’를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미국에선 비만인구가 90년대부터 꾸준히 늘었다. 비영리재단인 미국건강트러스트에 따르면 미국 성인 5명 중 1명이 비만이다.
주(州) 별로는 미시시피, 웨스트버지니아 등 2개주의 성인 비만 인구가 35.1%로 가장 많다. 성인 비만율이 30% 이상인 주는 20개이며, 25% 이상인 주는 43개주다. 전체 주에서 성인비만율은 20% 이상이다. 수치가 가장 낮은 콜로라도 주의 비만율도 21.3%다.
또 고등학교 학생의 13.7%가 비만이며, 16.6%가 과체중이다. 특히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비만 학생 비중은 10.6%에서 3.1%포인트 더 늘었다. 일주일에 하루, 최소 60분간의 신체 운동도 하지 않는 고교생이 전체적으로 25.4%다. 고교생 4명 중 1명이 심각한 운동 부족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 비율은 특히 오클라호마에서 38.5%로 가장 높았다.
또한 저소득 가정의 2~4세 유아의 14.4%가 비만으로, 미국 전체 2~4세 평균 비만율 12.1%보다 높아 저소득 가정 어린이의 비만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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