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형로펌 동원 집요한 로비전 막판까지 초조함 극에 달해 본회의장선 의원들간 설전도 찬성 31표 · 반대 4표 압도적 통과
“동해(East Sea)를 미국 교과서에서 볼 수 있다니 평생 한을 풀었다.”
미국 버지니아주 상원에서 23일(현지시간) ‘동해병기 법안’이 통과되자 리치먼드 소재 의회 의사당은 기쁨과 환호에 휩싸였다. 손에 땀을 쥐며 본회의를 지켜본 한인 70명은 법안 가결 의사봉이 내려쳐지자 일제히 일어나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본 고한식(82) 씨는 “평생 한을 푼 기분”이라며 감격해했다.
이날 버지니아주 상원은 주내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병기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31표, 반대 4표, 기권 3표로 압도적인 표차였다.
▶미국 학생들 ‘동해’ 공부=이번에 통과된 ‘동해병기 법안’은 버지니아주 교육위원회가 승인한 모든 교과서에 ‘일본해’가 언급될 때는 ‘동해’도 함께 소개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동해’를 가르치도록 한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것이어서 역사적 상징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버지니아주 교육위원회는 지난 13일 소위와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동해병기 운동을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는 한인단체인 사단법인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의 피터 김 회장은 “미주 한인 역사 111년 동안 한국 이슈가 법안으로 만들어져 의회를 통과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日로비 치열…긴박했던 막전막후=이번 법안 통과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으로 비유된다. 일본 방해공작이 본회의 직전까지 이어져 한시도 안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주재 일본 대사관이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대형 로펌을 동원해 총력 로비전을 펼치면서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 대사는 노골적으로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 법안 통과 하루 전날에는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를 만나 법안 통과를 저지해줄 것을 설득했다.
23일 오전 매콜리프 주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도널드 매키친 의원이 갑작스럽게 동해 병기법안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수정안을 제출한 것도 일본의 강력한 로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브 마스덴(민주) 상원 의원은 일본 정부의 ‘동해병기’ 반대 로비에 대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이곳(주 의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인들 사이에서는 매키친 의원이 수정안을 제출했다는 소식에 ‘법안 부결’ 비관론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본회의장 안에서는 의원들 간 설전도 오갔다. 수정안을 발의한 매키친 의원이 일어나 “일본해 단일 표기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병기 법안에는 문제가 있다”고 반박하자, 리처드 블랙(공화) 의원과 마스덴 의원이 “학생들이 논란이 되는 명칭에 대해 양국의 주장을 모두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런 상황에서 랄프 노덤 상원 의장은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고 거의 만장일치로 부결됐다. 이후 이어진 동해병기법 본안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일본계 유권자가 많은 지역구를 가진 민주당 의원 4명뿐이었다.
피터 김 회장은 “일본이 전문 로비스트들을 동원해 법안을 막으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했다”며 “아마추어가 프로를 상대로 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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