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인기 개그우먼 안영미(32)가 지난해 12월 일본 와카야마현 시라하마에 다녀왔다. 일면식도 없는 새터민 이은혜(32)와 함께 한 여행이었다. 짧은 여정을 통해 두 사람은 연예인, 새터민이라는 꼬리표를 떼내고 그저 평범한 동갑내기 여자들로의 시간을 보냈다.

안영미 이은혜가 출연한 케이블채널 헤럴드동아 ‘그대와 하이킹 in 시라하마’는 인기 스타와 일반인 출연자가 함께하는 자전거 하이킹 여행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리 쉽지만은 않은 여행이었다. 가족, 친구와 함께 해도 사소한 다툼이 벌어지기 마련인 여행에서 생전 처음 만난 남한여자와 북한여자는 취향도, 입맛도 달라 내내 부딪힐 수도 있을 법한 여정이었다. 심지어 안영미는 새터민이라기에 “영화 ‘쉬리’ 속 여간첩 이미지를 떠올렸고”, 이은혜는 “연예인이라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니 어색한 만남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의 ‘여행의 끝’에 두 사람은 길고 긴 길을 함께 걸어갈 친구가 됐다.

지난 24일 방송된 ‘그대와 하이킹’ 최종회에선 두 사람이 여정을 시작한 가와큐 호텔의 패키지로 실속있고 알찬 시라하마를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이 프로그램이 보여준 두 사람의 여행기는 누구라도 ‘대리만족’을 품을 법한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최상급, 초호화라는 수사조차 모자라는 가와큐 호텔과 자연이 빚어내는 경이로운 아름다움부터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일본의 모습까지 담긴 종합선물세트였다.

두 사람의 3박4일 여정을 따라가보니 먼저 시선이 멈춘 곳은 중세 고성을 연상시키는 가와큐 호텔이었다. 안영미 이은혜의 시라하마 여행의 출발점이 됐던 이 장소는 두 사람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일생의 한 번뿐인 호사였다.

가와큐 호텔의 유키토 카와치 총지배인에 따르면 짓고 부수는 호텔이 많았던 시절 100~200년 후에도 무색하지 않은 멋있는 건물을 후세에 남길 필요를 느껴 세계 각국 장인들의 전통기술을 도입해 짓게 된 호텔이다. 1993년엔 일본 현대건축의 거장 무라노토고상을 수상한 명작이다. 화려한 외관만큼이나 기품있는 내부 시설은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전 객실이 스위트룸인 가와큐 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200만원이지만, 패키지 여행에선 20만원~70만원 선이다.

안영미는 이 호텔에 들어서며 “솔직히 집에서는 청소를 잘 안 하는데 여기서 잠을 자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있을 때의 개그우먼 안영미를 떠나 여자 안영미가 되더라. 행복했다”고 말했다. 누구라도 설레일 수밖에 없는 가장 호화로운 하룻밤을 선물받은 날이었다.

가와큐 호텔에서의 첫날밤을 보낸 뒤 두 사람은 여행 이틀차에 자전거를 타고 시라하마 해변도로를 달리며 잠시 고단했던 일상을 내려놨다.

‘그대와 하이킹’의 경우 숱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과는 달리 ‘베테랑 예능인’ 안영미가 주인공이 됐음에도 오로지 ‘여행 프로그램’으로의 본분에 충실했다. 두 사람이 거쳐가는 맛집, 호텔, 명소(엔게츠도, 센죠지키, 토레토레 수산시장)를 여행팁으로 소개했고, 이 장소들을 돌아본 두 출연자들의 감상을 과장없이 담아냈다.

시라하마 해변을 달리다 백사장으로 뛰어간 이은혜가 모래를 만진 뒤 “이거 북한 모래와 똑같다”고 말하는 장면은 평범한 소감이면서도 정보로의 역할을 했다. 이은혜의 이야기에 제작진은 “이 모래는 사실 호주에서 가져온 모래”라는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묘미’는 무엇보다 현지인들과의 어울림이다. 안영미 이은혜 역시 자전거 하이킹 중 만난 일본의 중년들과 함께 맨발로 바닷가를 거닐며 조금 더 일본 속으로 다가섰다. 그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돌바위에 누워 일본의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에선 오랜만의 여유를 찾은 두 사람의 평온함이 안방까지 전해졌다.

고단한 하이킹을 마친 뒤 호텔로만 돌아오면 두 사람은 특급 대우를 받는 VIP가 됐다. 이 지역 최대 수산시장인 토레토레 방문 당시 아쉽게 보지 못한 거대 참치가 두 사람의 눈 앞에서 해체돼 호화로운 식탁이 차려진다. 안영미는 “왕이 된 기분”이라며 “이 음식을 과연 먹어도 되는 거냐”고 고민할 정도였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이은혜는 하지만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천상의 맛’ 앞에서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눈물을 비쳤다. “이 곳에 와서 이렇게 좋은 풍광을 보는데, 북한 사람들은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도 모른다. 혼자만 보는게 아깝고 죄송한 마음”에 그치지 않는 눈물이었다.

‘웰니스(웰빙(Well-being),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 여행’의 마지막은 시라하마의 명소를 한 번에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시라하마의 관광상품을 카와큐 호텔 패키지 상품을 통해 돌아보는 쉽고 알찬 여행이다.

이날 두 사람은 산길을 달려 아사히 골프 클럽에서 여유롭게 골프채를 잡아보고, 와카야마 어드벤처 월드로 향해 판다와 기린을 만나봤다. 와카야마 어드벤처 월드는 두 사람에게 잠시 동심을 선물한 시간이었다. 코 앞에서 기린을 바라보며 손으로 만져보고, 경이로운 돌고래쇼를 경험하는가 하면, 롤러코스터에 몸을 싣고 스트레스를 씻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낯선 곳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은 잊었던 자신의 모습과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마린월드에서 돌고래쇼를 보던 중 안영미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걸 보니 계속 울컥 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이런 감정이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왔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감정에는 소홀했던 지친 일상이 잠시나마 치유됐던 시간이었다.

이들 여행의 마지막은 초호화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였다. 한 병당 3000만원을 호가하는 와인셀러에서 6000여병의 와인까지 감상하는 일정은 와인을 좋아하는 여행객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었다. “술은 취하면 그만”이라는 안영미는 시라하마의 마지막밤을 초호화 와인에 목을 축이고, 눈앞에서 직접 해주는 푸아그라를 비롯한 값비싼 지중해식 요리를 맛보는 호사를 누렸다. 이은혜는 “방송용으로 이렇게 해주는 것인 줄 알았는데 패키지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짧지만 특별했던 시라하마 여행을 마친 두 사람은 어색하고 낯선 첫 만남 이후 3박4일을 함께 하며 함께 먼 길을 나아갈 친구가 됐다. 이은혜는 “10년이 넘은 친한 친구처럼 친절하게 허물없이 대해주고 웃어줘서 감동받았다. 영미씨는 롤모델로 삼고 싶은 친다”라면서 함께 쌓은 추억을 돌아봤다. 2010년 탈북해 대한민국에 삶의 둥지를 튼 이은혜는 ‘그대와 하이킹’을 통해 생애 첫 여행을 떠났다. “이 방송 때문에 여권을 만들었다”는 이은혜에게 이번 여정은 “내 삶을 첫 번째로 출발하게한,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한다.

연예인이라는 울타리를 버리고 일반인과 소통했던 안영미의 여행도 특별했다. “은혜씨가 앞으로도 강한 모습으로 굴하지 않고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방송이 끝나고도 계속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며 “낯선 사람과 여행을 떠났지만 이게 진짜 여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해본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헤럴드동아의 ‘그대와 하이킹’은 안영미 이은혜가 떠났던 일본 시라하마 편을 시작으로 오는 3월 1일에는 걸그룹 쥬얼리 출신의 예원이 출연하는 삿포로 편을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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