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환자등 국내서 3건 진행 원고측 승소 단 한번도 없어 美선 피해자 승소 40년 걸려

미국에선 40년이 걸렸다. 지난 1954년 미국에서 최초로 ‘담배 소송’이 제기된 이후 1990년대 처음으로 ‘배상의 문’을 열기까지 수많은 미국 흡연 피해자는 패소의 고배를 들어야 했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이 또 한 번 담배 소송의 문을 두드린다. 문이 열릴지, 굳건히 닫혀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담배 소송은 모두 3건이다. 이 중 1999년에 제기된 2건이 현재 대법원에, 2005년에 제기된 1건이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계류돼 있다. 이 소송들은 모두 오랜 기간 담배를 피우다가 폐암에 걸린 사람과 그 가족이 흡연으로 인해 질병을 얻었거나 사망했다며 국가와 KT&G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지금까지 원고 측이 승소한 경우는 1ㆍ2심을 통틀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1999년 9월 6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담배 소송을 제기한 외항선 기관사 김모 씨는 36년 동안 하루에 1갑씩 담배를 피워오던 애연가였다. 그는 니코틴 중독으로 폐암이 발병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1ㆍ2심에서 패소했다. 흡연으로 인해 폐암을 얻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담배회사의 불법행위 또한 인정할 수 없으며, 담배 역시 결함 있는 제조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김 씨에 이어 소송을 제기한 폐암 환자 7명과 가족의 소송 역시 같은 이유로 1심에서 패했다. 다만 2011년 2월 있었던 이 사건의 2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도 “‘폐암 중 소세포암’과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은 흡연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 일말의 여지를 남겨뒀다.

건강보험공단은 이 판결로부터 힌트를 얻었다. 김종대 이사장은 자신의 블로그 등을 통해 “폐암 중 소세포암과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에 대한 시범 소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건보공단은 우선 2010년 ‘폐암 중 소세포암’ 진료비로 공단이 지출한 432억원에 대해 환수소송을 시범 삼아 진행한 뒤 향후 소송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소송의 결말은 여전히 시계 제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공단이 지금 당장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확정 판결을 받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대법원이 현재 계류돼 있는 담배 소송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놓느냐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국내 담배 소송이 시작될 때부터 관여해온 배금자 변호사는 “미국에서 내부 문건이 공개된 후 개인들의 승소가 늘었다”며 “우리도 집요하게 공개를 요구하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담배 소송이 제기된 해는 1954년. 이후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흡연 피해자들은 줄곧 패소했다. 흡연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담배회사 역시 담배의 유해성을 몰랐다는 이유, 흡연자 역시 담뱃갑의 경고문구를 보고서도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 등이 근거가 됐다.

하지만 담배회사가 금지된 화학 첨가물을 담배에 사용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풍향은 뒤바뀌었다. 1992년 패트리샤 헨리라는 흡연자가 필립모리스를 상대로 승소하더니, 연달아 흡연자의 피해를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1998년에는 미국 46개 주정부와 담배회사 간에 주요 합의(master settlement agreement)를 맺기도 했다. 담배회사들이 주정부에 2060억달러를 지급하고, 금연운동 단체를 위한 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이는 미국 얘기다. 2003년 프랑스 최고법원과 2006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흡연자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 국내 소송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 향배는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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