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영 · 최영완의‘ 사랑과 전쟁’ 여배우로 사는 법

사랑& 우리를 있게해준건 ‘사랑과 전쟁’ 매회 여자 희노애락 연기 자부심 점점 배우로 인정 받아 뿌듯

&전쟁 거리 나가면 몹쓸女 따가운 시선 불륜女 이미지탓 CF도 안들어와 예능-드라마 사이 연기賞도 ‘남 일’

꽃 같은 20대를 ‘불륜녀’로 살았다. “오늘 집에 안 들어가면 안 돼?” “자기는 언제 이혼할 거야?”를 달고 다녔다. 스무 살쯤 많은 남자배우의 품에도 안겨봤고, 길을 걷다 ‘나쁜 년’이라며 욕도 먹어봤다. ‘사랑과 전쟁’과 함께한 ‘시간의 길이’가 늘자 이젠 한 남자의 아내가 됐다. “우리 이제 이혼해” “어머니, 제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세요?” 단골 대사도 달라졌다. ‘국민불륜녀’로 불리며 의혹을 사더니 이젠 ‘막장며느리’란다.

민지영(34)ㆍ최영완(33)은 1999년 시작한 ‘사랑과 전쟁’을 시즌1부터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부부들의 실제 사연을 토대로 해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드라마는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며 여전히 8%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KBS의 히트상품이다. 20대 중반 무렵 첫발을 들인 70분 단막극 안에서 두 여배우는 ‘가정파탄녀’가 됐다가 ‘몹쓸 며느리’도 됐고, ‘속 썩는 아내’가 되기도 했다. 최근 서울 청담동의 까페 드 빠리에서 만난 두 사람에게 ‘사랑과 전쟁’의 여배우로 사는 법을 물었다.

만만치 않았다. 드라마의 높은 인기에 알아보는 사람은 늘었지만 ‘재연배우’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드라마 특성상 얼굴만 보면 불륜녀로 낙인찍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동네 목욕탕만 가도 말 많은 아줌마들은 어김없이 쑥덕거린다. 스케줄은 어찌나 빡빡한지 새벽 4시에 촬영장으로 출근해 자정을 넘겨야 끝이 난다. 그 생활이 주5일이다. 매니저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촬영장에 나가다 보니, 힘들다고 어깨를 주물러줄 사람도 없다. 길에서 옷을 갈아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촬영 후 집에 오면 늘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어요. 매회 한 여자가 연애부터 시작해 결혼을 준비하고 고부갈등을 겪고 이혼하기까지의 과정을 다 살잖아요. 몇 번씩 울고 소리를 지르니 몸이 긴장해요. 주인공을 한 번 하고 나면 초주검이 돼요. 고생하는 만큼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깝죠.”(최영완)

민지영(좌부터/김민정/탤런트/영화배우),최영완(탤런트/영화배우)
꽃 같은 20대를 ‘불륜녀’로 살았다. “오늘 집에 안 들어가면 안 돼?” “자기는 언제 이혼할 거야?”를 달고 다녔다. 스무 살쯤 많은 남자배우의 품에도 안겨봤고, 길을 걷다 ‘나쁜 년’이라며 욕도 먹어봤다. ‘사랑과 전쟁’과 함께한 ‘시간의 길이’가 늘자 이젠 한 남자의 아내가 됐다. “우리 이제 이혼해” “어머니, 제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세요?” 단골 대사도 달라졌다. ‘국민불륜녀’로 불리며 의혹을 사더니 이젠 ‘막장며느리’란다.
민지영(좌부터/김민정/탤런트/영화배우),최영완(탤런트/영화배우) 꽃 같은 20대를 ‘불륜녀’로 살았다. “오늘 집에 안 들어가면 안 돼?” “자기는 언제 이혼할 거야?”를 달고 다녔다. 스무 살쯤 많은 남자배우의 품에도 안겨봤고, 길을 걷다 ‘나쁜 년’이라며 욕도 먹어봤다. ‘사랑과 전쟁’과 함께한 ‘시간의 길이’가 늘자 이젠 한 남자의 아내가 됐다. “우리 이제 이혼해” “어머니, 제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세요?” 단골 대사도 달라졌다. ‘국민불륜녀’로 불리며 의혹을 사더니 이젠 ‘막장며느리’란다.

SBS 공채 9기 출신의 14년차 배우 민지영, 아역배우 출신으로 연기경력 19년차의 최영완. 두 사람은 대학 연극영화과에서 함께 공부한 선후배 사이로, 연기자로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배우들이다. 현실을 돌아보면 서운함도 커진다. 예능국에 소속된 드라마인 탓에 연기대상도 연예대상도 참석하지 못하는 희한한 비애도 함께한다. “집에서 연기대상 시상식을 볼 때면 만감이 교차”하지만, 이제는 배우로 바라봐주는 시청자들의 시선에 힘이 나곤 한다. 어쩔 수 없이 따라다닌 꼬리표는 있을지언정 ‘사랑과 전쟁’은 두 사람에겐 ‘또 다른 이름’이었다. 가족 같은 현장이 좋아 스태프에게 밥까지 사먹이면서도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처럼 당연하다는 듯 대하는” 제작진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 때도 있다. 남들은 그게 상처냐고 묻는다지만, 두 사람은 “왜 그런 거에 상처받냐”고 되묻는다. 화통한 성격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우리가 의리가 있어. 이럴 거면 민지영, 최영완이 ‘사랑과 전쟁’의 톱이 되지 뭐.” 그런 생각도 한다. “나를 이 세상에 알려준 게 ‘사랑과 전쟁’이니, 이 작품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과 전쟁’ 배우라는 이름에 먹칠할 수 없어, 다른 자리에선 두세 배로 열심히 뛴다.

“일일드라마(JTBC ‘더이상은 못 살아’)를 촬영할 때도 ‘사랑과 전쟁’에서 온 배우라고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어요. ‘나도 원래 배우야. 그거 몰랐어?’ 그런 마음으로 갔어요. 보여주고 싶었죠. 더 열심히 했고, 좋은 평가도 받았어요. 그리고 다시 돌아왔죠. 연기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어요.”(민지영)

“애증일까요? 이상한 책임감이 있어요. 제작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본이 나오면 전화를 해요. 어쩔 땐 그게 싫다가도, 또 연락이 늦으면 먼저 전화해서 대본 언제 나오냐고 물어봐요. 우리는 배우니까, 그게 어떤 자리가 됐든 카메라 앞에서 몰입하고 연기하는 순간이 행복해요.”(최영완)

매회 한 여자의 삶을 살며 배우로서 보여줄 모든 연기를 선보이고 있기에 자부심과 뿌듯함도 가진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사랑과 전쟁’ 이미지 때문에 CF는 안 들어오는 정도.

“연기자는 평가받는 직업이잖아요. 저흰 ‘사랑과 전쟁’ 배우이기 때문에 더 따가워요. 20대에 시작해 30대가 됐고, 여자로서의 삶을 다 뺏긴 것도 같지만, 우리도 모르게 이끌려요. ‘사랑과 전쟁’은 꼬리표이자 이름표예요.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도 없어요. 누군가 하대하는 눈으로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린 전혀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게 연기를 하고 있어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