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개인정보 유출 이어…채권 위조 110억 빼돌린 은행원들 덜미
사상 초유의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로 금융업계의 도덕불감증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이번에는 은행 직원이 채권을 위조해 돈을 빼돌리다 경찰에 적발됐다.
23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110억원 상당을 현금화한 전직 국민은행 직원 박모(42) 씨 등 2명을 유가증권 위조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국민은행 각 지점 은행원 등 7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2010년 2월부터 국민은행 주택기금부에서 일했던 피의자 박 씨는 본점 근무 당시 친분이 있었던 영업점 직원인 진모(28) 씨 외 7명과 공모해 상환 만기 소멸시효가 임박한 국민주택채권을 위조, 현금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현금화해 불법 취득한 금액은 약 111억8000만원이다.
이번 범행에 활용된 국민주택채권은 무기명채권이다. 제1종 5년, 제2종 20년, 만기일 후 5년 이내에 상환청구하는 방식으로 양도와 매매가 자유롭고 소유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범인들은 이 점을 이용해 소멸시효가 임박한 채권 일련번호를 알아내 범행을 저질렀다.
우선 박 씨는 국민주택채권 견양본을 평소 알고 지내던 사진가에 부탁해 위조하고, 이를 자신의 집 컬러프린터로 출력했다. 그는 채권의 앞뒷면을 캡처해 컴퓨터에 저장한 후 채권번호를 조합하고 뒷면에는 해당 지점장의 직인을 오려붙이는 방법으로 위조했다. 박 씨는 이렇게 만든 위조 채권을 국민은행 비서실 감찰반 또는 국민은행 각 지점 소속이었던 공범 7명에게 건넸다. 이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위조채권 2451건에 대해 현금을 내줬다. 특히 이 중 일부는 이미 고객이 찾아간 채권의 일련번호를 다시 입력하는 수법으로 이중지급되기도 했다.
이렇게 범인 일당이 만든 위조 채권은 총 913장으로 344장이 행사됐으며, 상환한 금액은 111억8000만원에 이른다. 피의자 박 씨와 진 씨는 현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입감 중이며, 미검 피의자 7명은 계속 수사 중이다.
경찰 측은 “대형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에서 각종 부실 및 비리사건이 터져 고객 신뢰도와 은행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 내부의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비리가 발생한 만큼 이번 사고로 고객과 국민주택기금에 손실이 없도록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