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요즘 안방극장에 ‘여자’, ‘엄마’를 소재로 한 콘텐츠는 한 마디로 ‘품귀현상’이다. 여성 시청자, 거기에 더해 기왕이면 구매력이 왕성한 2049 세대를 품어야 하는 TV의 숙명상 남성 중심의 콘텐츠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나를 더 보태자면 최근 안방에서 훨훨 나는 주인공들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남자들의 모습에서 나온다. 요리하는 남자들이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고, 가정 내 소통에는 빵점이었던 아빠들의 육아법이 회자된다. KBS2 ‘엄마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예능이 있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 가족에 방점을 둔다.
지난 2008년 출간됐던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으며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소설이다.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라는 담담한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너무 가까이 있어 잘 몰랐던 엄마의 모습을 잔잔하게 적어내려간 소설이었다. ‘엄마의 부재’ 속에서 ‘엄마의 존재’를 떠올리는 가족들의 감정에 이입하자 소설은 밀리언셀러가 돼 여전히 인기다.
아주 짧게나마 ‘엄마의 의미’가 등장한 드라마가 있었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다. 드라마는 대한민국 최상류층 집안의 아들과 평범한 서민 집안의 딸이 가정을 이루게 되며 벌어지는 천태만상을 다룬다. 이 안에서 제작진이 적극적으로 비추는 것은 상위 0.01%의 현대판 귀족들의 속물의식이다. 대한민국의 갑을문제와 사회 풍토를 신랄하게 꼬집을 풍자 드라마가 바로 ‘풍문으로 들었소’인 셈이다.
드라마가 주제로 향해 나아가기 위해선 특별한 사건이 필요한데, ‘풍문으로 들었소’는 이를 위해 고등학생들의 혼전임신을 안방으로 가져왔다. 이날 방송된 드라마에선 만삭의 고아성이 부자 남자친구의 집에서 출산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실제 산고를 겪는 듯한 뛰어난 실사 연기로 고아성은 아이를 출산한 뒤 엄마와 전화통화를 한다.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엄마가 된 소녀는 그제서야 엄마의 마음을 헤아렸다. “내가 엄마 마음 아프게 해서 너무 미안해. 나도 너무 속상했고 엄마도 날 이렇게 아파가면서 낳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 만삭의 몸으로 엄마에게 잔뜩 신경질을 퍼붓는 철부지 딸의 눈물은 시청자들에게 잠시 잊었던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워준 것으로 보인다. 채 1분도 되지 않는 분량이지만, 고아성의 진솔한 연기가 더해질 땐 금세 눈시울이 불거질 법한 장면이었다. 늘 함께 하기에 소홀했던 엄마, 언제나 희생이 먼저인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엄마를 향한 흔하디 흔한 죄책감일지라도 말이다.
이날 방송된 ‘풍문으로 들었소’ 2회분은 전날 7.2%로 출발한 이후 소폭 상승한 8.1%의 전국시청률(닐슨코리아 집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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