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국 사회와 영화계는 온통 흥분에 휩싸였다. 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동원한 작품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태국의 원빈’으로 꼽히는 톱스타 마리오 마우러가 주연하고 반종 피싸다나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피막 프라카농’(이하 ‘피막’)이었다. 이 영화는 지난 3월말 개봉해 극장에서 65일간이나 상영되며 3500만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이를 관객수로 환산하면 1000만명을 넘는다. 매출과 관객수 모두 태국 역대 최고 기록일 뿐만 아니라 현재 태국영화산업 규모로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앞으로도 몇년간은 깨지기 어려운 ‘기적’으로 일컬어진다.

태국의 인구는 한국보다 1745만명이 많은 6745만명이지만 GDP는 한국의 5분의 1수준인 5850달러, 연간 극장관객은 8분의 1수준인 2495만명, 극장시장규모는 10분의 1수준인 1억1930만달러 수준이니, ‘피막’이 달성한 수치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기록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피막’은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등의 그늘에 묻혀 드러나지 않았지만 세계에서도 영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한 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저력을 보여주는 콘텐츠로 꼽힌다. 이 영화는 18~19세기의 태국이 배경이다. 임신한 아내 ‘낙’을 두고 전장에 나갔던 주인공 ‘막’이 전쟁이 끝난 후 집으로 귀환해 아름다운 부인과 다시 만나지만, 마을에선 ‘낙’이 귀신이라는 소문이 떠돌면서 그의 실체를 두고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태국 전래 민담에 기초한 호러 코믹 로맨스물이다. 태국은 ‘피막’처럼 민담이나 설화 등 다양한 서사 전통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기초로 액션 ‘옹박’, 공포 ‘셔터’, 로맨틱 코미디 ‘헬로우 스트레인저’ 등 대중 장르영화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인 아핏차퐁 위라세타쿤같은 세계적인 예술영화감독이나 할리우드에 진출한 팡 브라더스(‘디 아이’ ‘방콕 데인저러스’)같은 스타감독도 배출했다. 할리우드 영화의 공세 속에서도 매년 50편의 자국 영화를 제작하고 38%정도의 자국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한국과 수교 55주년을 맞은 태국은 동남아에서도 ‘한류의 허브’로 꼽힌다. 한국 드라마가 일찌감치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며, ‘가을동화’와 ‘풀하우스’는 태국판으로도 제작됐거나 촬영 중이다. ‘피막’의 반종 감독 전작은 한류를 테마로 한국에서 촬영한 흥행작 ‘헬로우 스트레인저’다. 그만큼 태국영화산업의 성장과 천만영화의 탄생은 한국 대중문화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0여년간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양국의 문화관광사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온 KTCC(한-태 문화교류센터)의 이유현 사장은 “천만영화의 탄생은 태국 영화시장과 대중문화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지속가능한 한류를 위해선 향후 양국의 협력과 교류가 확대되야 할 것, 태국은 한국이 주목해야될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