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정치드라마’를 향한 민심이 갈 길을 잃었다. 현실정치를 실감나게 묘사(KBS2 ‘프레지던트’)해도,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며 이상향(SBS ‘대물’)을 제시해도 반응은 신통치 않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도 마찬가지였다. 현실정치를 풍자하며 ‘정치멜로(’내 연애의 모든 것‘)’라는 새 장을 열었지만 민심은 동하지 않았다. ‘공화국(MBC)’ 시리즈를 지나 ‘삼김시대(SBS)’를 뛰어넘는 세대교체를 시도해도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것이 국내 ‘정치드라마’의 현주소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혐오증에서 비롯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정치를 향한 분노와 염증 때문이다. 폭력과 거짓말, 금품수수는 물론 성추행과 성상납에 연루되는 정치판, 그 곳의 정치인들을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며 공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여기에서 ‘내 연애의 모든 것’의 한계도 노출됐다.
정치와 연애, ‘사람(유권자-연인)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공통분모를 인식하고 출발한 SBS ‘내 연애의 모든 것(극본 권기영, 연출 손정현)’이 지난 29일 4.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마침표를 찍었다.
시도는 좋았다. ‘정치로코(로맨틱코미디)물’이라는 영역을 개척했다. 국회를 무대로 정반대 정치성향의 두 의원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정치에서 벌어진 드라마같은 에피소드가 펼쳐졌다. ‘날치기 법안통과’, ‘룸살롱 밀실회담’ 장면이 그려졌고, 날선 발언들이 오갔다. ‘쓰레기, 세균덩어리, 마귀할멈’ 등은 국회의원을 향해 겨눈 화살이었다.
신(新)정치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새로운 시도로 마니아층을 만들어내며 호평도 오갔지만, 현실과 판타지의 괴리에서 결국 ‘소통의 부재’가 왔다. 풍자는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도 못했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뉴스에서 봐오던 현실정치의 부정적인 부분이 드라마를 통해 노출됐다. 대중이 드라마의 정치와 현실정치에서 일치점을 찾을 수 있느냐의 문제를 떠나 과연 정치인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 인식하며 그들의 로맨스를 보고싶어 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정치는 현실적인 영역이고, 멜로는 판타지의 영역”이라는 윤 교수는 “드라마의 두 주인공이 현실정치를 말하며 다가와도 그것이 ‘정치쇼’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거기에 로맨스가 결합되면 보편적인 정서로는 공감하기 힘들고 도리어 거부감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정치드라마에서 리얼하게 정치현실을 그린 ‘프레지던트’는 호응을 얻지 못했고, 티끌 한 점 없는 비현실적인 정치인(서혜림)을 앞세운 ‘대물’은 한국 정치가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성공(시청률 30%대)은 했지만, 평가는 좋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치혐오증의 반복과 허황된 스토리가 한계로 노출됐다는 평가였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선덕여왕(MBC)’이나 ‘뿌리깊은 나무(SBS)’ 등의 역사드라마가 보여주는 정치행위에 대한 비유적인 설명과 표현이 더 큰 호응을 얻는다”고 짚었다.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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