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배지현 SBS ESPN 아나운서 <끝>

슈퍼모델 뽑혀 1년간 모델 외도 아나운서 1년은 ‘맨땅에 헤딩’ 야구 강습회 등 부단한 노력

지금은 후배들 ‘롤모델’ 됐지만 난, 여전히 부족한 모습 많아

야구는 내게 설렘을 주는 봄

입사 3년차, ‘야구여신’이라 불리는 스포츠 채널 아나운서 중 막내. ‘막내’라기에 더 앳되 보이는 배지현 SBS ESPN 아나운서도 알고보면 20대 중반, 스물일곱이 됐다. 배지현에게 지난 3년은 빠르게 흘러갔다. ‘장래희망’ 란에 늘 적혀있던 아나운서의 꿈을 이뤘고, ‘꽃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치열한 경쟁의 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SBS ESPN의 간판이 됐다.

막연히 ‘동경의 대상’이었다는 아나운서 꿈을 위해 한눈 팔지 않고 걸어온 시간, 첫 외도는 ‘의외의 순간’에 찾아왔다. ‘취업의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아 평범한 직장인이 될까 생각도 했다. 대학 4학년이던 2009년, 배지현은 어머니의 권유로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나가게 됐다.

“그때까지 모델로서 무얼 해본 적도 없었고,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어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173cm의 큰 키만 믿고 나갔어요.제가 지원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인들은 너무 놀라더라고요. 그런데 슈퍼모델 대회가 저한텐 정말 값진 경험이었어요. 한창 자신감을 잃어가고 반전의 기회가 필요했던 대학시절에 좋은 기회였어요.”

외도는 1년뿐이었다. 슈퍼모델 대회에서 렉스상을 받으며 ‘모델의 길’을 걸었다. 모델들 사이에 있자니 큰 키도 아니었고, 외모도 평범했다. 스스로는 모델로서 갖춰야할 워킹이나 포즈에 한계가 있다고 느껴 “1년의 소중한 경험”으로 남기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나운서를 꿈꾸던 소녀는 전문성을 갖춰야 성장할 수 있는 스포츠 아나운서가 됐다. 준전문가인 야구팬이 즐비한 곳, 이미 스포츠 아나운서의 이름들이 알려지기 시작한 때에 SBS ESPN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책임져야 하는 얼굴이 됐다. 채널로서도 여자 아나운서를 프로그램에 앉힌 ‘최초의 시도’였다.

부담감과 두려움을 함께 안고 시작한 1년차의 배지현. 당시에 대해 그는 “뭘 몰라서 용감했다”고 떠올린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SBS ESPN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던 여자선배들이 전무했던 지라 묻고 상의할 상대가 없었던 탓이다.

“불안하게 1년차를 보냈던 것 같아요. 야구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알아가야 할 것도 많았어요. 현장경험이 적은 것이 커리어에 있어 단점처럼 느껴졌지만, 스튜디오에서 4경기를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매일 같이 표를 만들고 공부했어요. 야구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첫 해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곳, 알고보니 살아남고 버텨야 하는 전쟁터였다.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축에는 PD도 해설위원도 있었지만, 배지현의 어깨는 무거웠다.

바깥에서는 ‘꽃들의 전쟁’이었다. 야구팬의 요구와 방송사의 다양한 시도가 교집합을 이루는 지점에서 ‘야구여신’들이 만들어졌다. 그는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게됐을 때부터 이 곳이 마냥 즐거운 곳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프로가 돼야 한다’는 부담을 안은 순간 “이대로라면 도태된다”는 위기감도 들었다. 그 때 “주변에서는 자극을 주는 말도 많이 해줬지만, 단지 충고로만 들리는 게 아니라 날선 말들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 과정에 ‘야구여신’ 선배들이 숱하게 겪어온 선입견의 벽에 부딪혀야 하는 날도 있었다. 배지현의 이름 앞에 의문부호가 찍히던 날들, 그럴수록 그는 자기만의 방법을 만들어 공부하길 반복했다. 최근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2013 프로야구 기록강습회’에 참가해 수료증까지 받았다. “김민아, 故 송지선 선배의 방송을 매일 보며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날도 있었지만, 이제 배지현 아나운서는 이 직업을 택하는 수많은 지망생들의 ‘롤모델’이 됐다. 그런데도 그는 스스로의 평가에 대해서만큼은 냉정하다. “결과를 보여줘야하는 안방마님으로서 스스로 만족할 만한 방송은 지금까지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배지현은 올 한 해 “스스로 한단계 도약하고,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함께 경쟁해야하는 야구여신 사이에서도 그만의 색을 분명히 갖고 싶은 마음도 그 때문이다.

“사실 여신이라는 수식어는 부담스러워요. 애교도 없고 끼도 못부리는 제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봐도 여신대우는 받은 적이 없고요(웃음). 감사하고 좋은 수식어이지만, 개개인마다 다른 수요가 있을 것 같아요. ‘여신’이 아닌 저만의 수식어를 만들고 싶어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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