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금융 자유화의 부작용 치료 과정에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이 이를 따라갈 이유는 없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도 금융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해 보인다.
“금융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 부흥은커녕 규제만 있을 뿐이다.”
최근 만난 자산운용사 대표의 날선 지적이다.
이상하리만치 박근혜 정부가 금융에 대한 비전이나 청사진 제시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금융을 ‘공공재’나 ‘보조’ 성격으로 보는 경향이 크고 따라서 육성보다는 규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금융인들의 우려 섞인 시각이다. 금융허브 등 정부가 출범할 때면 흔히 나오는 구호는 이미 사라졌다. 청사진이 없으니 구체적인 정책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금융에 대한 정책은 있다. 하지만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에 국한된다. 금융산업 자체에 대한 비전이나 육성책은 없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국내 금융산업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다시 도지는 유럽 위기, 재정 감축에 벼랑 끝으로 몰리는 미국, 노골적으로 통화 전쟁을 일으키는 일본, 내수에 치중하려는 중국 등. 한국 금융산업을 둘러싼 대외환경은 악화일로다.
실제 금융권의 수익성은 크게 나빠지고 있다. 특히 증권사의 수익성 하락이 심각하다. 자본시장은 빈사 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2007년 17.0%이던 증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작년 3분기 누적기준으로 1.9%로 추락했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를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이다.
저성장ㆍ저금리의 영향으로 거래대금이 급감한 것이 결정적이지만 대형 IB(투자은행) 육성책이 지연된 탓도 크다. 은행과 보험업도 예외가 아니다. 은행 ROE는 2007년 14.6%에서 지난해 6.41%로 낮아졌고 생명보험 ROE는 2007년 10.13%에서 2011년 8.06%로 떨어졌다.
증시 침체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기능도 크게 위축됐다. 이에 따른 파장은 금융산업에 국한하지 않는다. 자금조달 등 자본시장의 질이 떨어지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되고 금융권의 서민 대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침체 심화로 이어져 결국 나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은 산업의 동맥이다. 수출 대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금융은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 특히 금융은 지금 부(富)의 관리라는 새로운 임무를 띠고 있다. 급속한 노령화 시대를 맞아 이들의 자산을 적절히 관리하는 일이야말로 국민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수단인 셈이다.
그럼에도 금융과 관련해서는 (소비자)보호, 상생, 동반 등의 단어만 나열되고 지원이나 육성이란 말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최근의 정부 인사에서도 살짝 엿볼 수 있다.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주요 경제 요직에는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이 장악했다.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원 출신이 득세한 것이다.
선진국은 지난 수십년간 과도하게 완화된 금융 자유화의 부작용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이 이를 따라갈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규제의 틀을 완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도 금융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