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좋아 위안성 소비 급증 생활용품까지 퍼진 ‘립스틱 효과’
퍼퓸샴푸·샤프란 향기팝 등 향 지속력 좋은 제품 인기몰이
지난해 국내 향수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이어 최근 생활용품에서도 향(香)을 강조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불황에 지친 심신에 작은 위안을 주기 위해 향을 찾았던 소비자들이 향의 매력에 익숙해지면서 관련 생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샴푸다. 샴푸는 바람에 여인의 머릿결이 흩날리면서 퍼지는 향에 대한 ‘로망’이 큰 품목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프랑스의 향료회사 사라보의 수석 조향사 장 마리 산탄토니가 샴푸 브랜드 엘라스틴의 모델인 김태희를 보고 영감을 받아 향을 만든 샴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명 ‘김태희 퍼퓸샴푸’라 불리는 ‘엘라스틴 퍼퓸샴푸’는 LG 내 향 전문연구소인 센베리퍼퓸하우스의 기술력이 집약된 향 유화 기술을 이용해 일반 샴푸보다 오랫동안 잔향이 지속된다.
‘엘라스틴 퍼퓸샴푸’는 기존 유통망에 전부 공급된 제품이 아니었다. 애초에 파일럿(시험상품) 형태로 출시돼 대형 드럭스토어나 일부 마트에서만 유통됐다.
유통채널이 한정됐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은 3개월 만에 33만개나 팔려, 그 인기를 바탕으로 상시판매 상품이 됐다.
애경도 향을 강조한 ‘케라시스 퍼퓸샴푸’로 인기몰이 중이다. ‘케라시스 퍼퓸샴푸’는 향수처럼 톱노트(처음 30분 정도 나는 향), 미들노트(30분 이후 4시간여까지 지속되는 향), 베이스노트(잔향) 등으로 구성돼 향 지속력이 좋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2주 만에 3만여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다.
샴푸뿐 아니라 섬유유연제도 향에 빠졌다. 섬유유연제 시장 1위인 샤프란 브랜드의 제품 중에는 아예 향을 강하게 보완시켜주는 ‘샤프란 향기팝’도 나왔다. 이 제품은 빨래를 하고 나면 향이 금세 날아간다는 섬유유연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출시된 향기 부스터다. ‘샤프란 향기팝’은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지만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좋아 수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처럼 생활용품에도 향을 강조한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향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됐다는 방증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향 문화 정착은 지난해 고급 향수 시장의 급성장에서부터 점쳐졌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한 고급 향수의 매출만 1년 새 30~40%가량 신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화장품 규모가 5% 정도 신장했다는 것에 비하면 향수 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라 할 정도다.
향수 시장의 성장은 불황으로 지친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자신을 위한 ‘위안성 소비’로 향수를 택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일종의 ‘립스틱 효과’라는 것이다. 이런 경로로 향을 접한 소비자들이 향의 역할을 일상생활에서도 느끼고 싶어 하면서 자연히 생활용품에서도 향이 중요해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애경 관계자는 “케라시스 퍼퓸샴푸는 지난해 5월 브랜드 출시 10주년 기념 한정판으로 나왔다가 3개월 만에 5만세트 전량이 매진돼 상시 판매품으로 재출시된 제품”이라며 “향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분명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활용품 업체들은 향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고려해 관련 제품 기획을 늘리고 있다. 애경은 향을 강화한 헤어케어 제품을 트리트먼트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기존 제품보다 향이 오래도록 유지돼 섬유유연제를 따로 쓸 필요가 없는 세탁세제 ‘리큐 향기캡슐 2배 진한 겔’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