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남민 기자]“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 제가끔 서 있더군 /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 숲이었어 / (중략) /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 낯선 그대와 만날 때 /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지난해 함박눈이 쏟아지던 겨울 날, 서울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강당에서는 정희성 시인의 시 ‘숲’ 낭송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가야금 연주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관객들은 작은 기침 소리마저도 자제하며 이례적으로 집중해 감상하고 있었다.
이날 공연의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날 자리를 메운 청중이 시각장애우들이고 무대에 올라 시를 낭독한 이들은 평범한 직장인이란 점이다. 글로벌 제약사 MSD의 한국법인 한국MSD 낭독교정봉사팀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1인 2기’(문화예술ㆍ스포츠 분야 한가지씩 1인 2특기) 사업의 일환으로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을 찾아 ‘아주 특별한 낭독 콘서트’를 진행 한 것이다. 시 낭독에 참여한 한국MSD 백희정대리는 “무대에 올라 시를 낭송한다는 것이 긴장되기도 했지만 많은 시각장애인 분들이 내 시 낭송을 듣고 행복해 하시는 표정을 보니 앞으로 더욱 이분들께 내 작은 재능을 살려 기쁨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MSD는 임직원 자원봉사 프로그램 ‘러브 인 액션(Love in Action)’의 일환으로 지난 2011년부터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낭독봉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점자책 제작을 위한 교정 봉사로 확대되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위치한 한국점자도서관에서 한국MSD 우먼헬스사업부의 정승은 대리가 시각장애우를 위한 오디오북 제작을 위해 낭독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 금액 10년 전의 3배로 확대, 단순 기부에서 ‘참여형’으로 패러다임 변화
이처럼 최근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공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의 사회공헌 규모는 지난해 10년 전의 3배에 달하는 3조 1241억 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금액뿐 아니라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성금 모금 혹은 연탄 전달과 같은 단순 기부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소외계층에게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청년들을 위한 멘토링 강연을 개최하는 등 기업 구성원들이 본인이 지닌 재능을 활용해 직접 봉사에 참여하는 방식이 주목 받고 있다. 기업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일회성∙참여를 탈피, 봉사 수혜자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고려해 ‘맞춤’, ‘자립’,’특화’ 등 더욱 다양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개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의 특성을 살려 소외계층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사회공헌 사례도 있다. KT는 지난 2007년부터 ‘IT나눔’을 통해 IT서포터즈를 선발하여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IT나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KT 직원 중 200명을 선발하여 IT나눔 업무에만 전념하게 하고 전국적으로23개 팀으로 운영하는 등 프로그램 운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열정樂서(열정락서)는 삼성그룹이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해 시작한 신개념 토크 콘서트로 ‘소통’을 활용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삼성의 CEO들과 경제, 경영, 예술, 스포츠 등 사회 각계 대표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멘토로 지원하여 취업과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 층에게 직접 나서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며 최근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 받고 있기도 하다.
포스코는 소외된 이웃에게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 임직원들이 가진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포스코만의 사회환원 방식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4일 출범한 ‘포스코휴먼스’가 대표적인 예다. ‘포스코휴먼스’는 2007년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하여 180명의 장애우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포스위드’ 와 고령자,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을 위해 세운 ‘포스에코하우징’을 합병한 자회사다. ‘포스코휴먼스’는 지역 사회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지원, 장애인 복지증진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