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과 고용 빅딜’로 신규채용 확대하는 매커니즘 만들어야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고용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겠다”고 말할 정도로 일자리 정책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 최근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서도 박 당선인은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면서 고용률 70% 달성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당선인의 고용률 목표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한 쪽에서는 15~64세 고용률 70% 달성이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쪽에서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지금처럼 ‘L자형’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2%선에 그치는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에 힘이 실리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공약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박 당선인의 고용정책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당선인의 공약이 정치적인 수사에 그칠 지, 일자리 혁명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늘ㆍ지ㆍ오의 태생적 한계?=새정부 일자리 정책은 박근혜 당선인의 일자리 공약인 ‘늘ㆍ지ㆍ오’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는 늘리고, 지금 있는 일자리는 지키고, 나쁜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모든 부분에서 양질의 일자리(Good Job)를 창출하겠다는 얘기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당선인은 ‘창조경제’와 ‘일자리 나눔형 동반고용’을 내세우고 있다. 창조경제는 창의성 과학기술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DJ정부 시절의 IT 기술을 바탕한 벤처 붐과 창조경제가 어떤 차이점이 있는 지 명확한 그림이 파악이 안된다고 지적한다.

또 동반고용은 고용 안정을 통해 ‘일자리를 지키는 정책’과 상호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늘ㆍ지ㆍ오 공약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지키는 것이 상호 배치된다”며, “이들 모순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파이가 커져야 하며, 경제성장률이 8~10%에 이르게 된다면 늘ㆍ지ㆍ오 공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률 70% 달성 가능한가=당선인의 공약대로 새정부 고용 정책의 최종 목표는 15~64세 고용률 70% 달성이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64.2%의 고용률을 5%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것으로 매년 35만개 이상의 순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통상 GDP가 1%포인트 증가하면 일자리가 7만개 정도 만들어지므로, 35만개를 늘리기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최소 5% 이상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률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지난해와 같이 2% 성장을 기록하거나 올해 예상되는 수준에 머물게 될 경우 70% 고용률 달성은 요원해진다.

하지만 당선인의 공약을 실현해야 하는 고용노동부에서는 고용률 70% 달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2010년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2012년 고용률 64% 달성한 뒤 매년 24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 2020년까지 고용률(15~64세) 70%를 달성하겠다는 국가고용전략을 발표한 바 있는 고용부로서는 모든 부처의 협력이 이뤄질 경우 목표 달성을 2~3년 앞당기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청년 일자리 대책 보완 필요= 고용 정책의 또다른 핵심인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 박 당선인은 해외 취업과 창업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정책의 경우 DJ정부에서도, 이명박 정부에서도 추진했던 사업으로 많은 한계를 보였다. 일례로 고용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도한 해외 취업의 경우 열악한 근로여건으로 알바 수준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또 청년 창업 지원 정책도 성공 가능성이 낮은 창업 시장으로 젊은이들을 내몬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많았다.

때문에 청년 실업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외치는 청년과 양질의 인력 부족을 외치는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박 당선인 공약은 일자리 미스매치 부분에 대한 강조가 덜 된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기업을 중시하는 정책과 함께 중장기적 과제로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당선인도 “미스매칭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임금유연성 확보해야=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1월 고용리뷰에 새정부 일자리 정책에 바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담았다. 먼저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으로 ‘임금 유연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뿐 ‘임금과 고용의 빅딜’을 통해 입사에서 퇴직할 때까지 임금의 유연성을 높이는 임금체계를 만들면,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줄고 근로자는 고용 안정 속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청년의 신규채용을 확대하는 선순환 메커니즘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 노동시장의 공정거래를 위한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좋은 일자리의 창출도 중요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 고용 안정성, 발전 가능성 등 일자리 질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생산성과 고용증대에 기여한다는 얘기.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이 자칫 이들 30인 미만 영세 소기업이나 자영업을 소외한다면 노동시장 양극화의 해소와 고용창출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며, “향후 5년이 아니라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정부와 상관없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금부터라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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