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정중동(靜中動)’. 잔잔한 목소리도 울릴 정도로 너무 고요한 연구실에서는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묵묵히, 그러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핏 보면 고등학교 과학실 같은 작은 연구실. 규모가 작다고 얕잡아봐선 안된다. 이곳에서 66억원 짜리 소결광 분화방지제가 나왔고, 440억원 짜리 소결 배기가스 탈황제가 탄생했다.

경북 포항시 포항철강공단 내에 위치한 유니코정밀화학. 직원 85명의 작은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48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무역의 날 5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할 정도로 내실은 탄탄하다. 성장 속도나 전망은 여느 기업 부럽지 않다. 히든챔피언 반열이다. 이력도 화려하다. 지난 2003년 중소기업청 선정 기술혁신(INNO-BIZ) 기업으로 뽑힌 데 이어 2007년에는 경북 과학기술대상을 수상했다.

유니코정밀화학이 이처럼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포스코의 역할이 가장 컸다. 포스코는 지난 1976년 유니코정밀화학이 설립된 이래 37년간 꾸준히 거래를 이어온 파트너이자, 상생의 의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신뢰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유니코정밀화학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포스코가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성과공유제에 유니코정밀화학이 참여하면서 두 회사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포스코는 협력회사들과의 동반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성과공유제 ‘포커스(FOCUS)’를 운영, 중소기업이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까지 포스코가 진행한 성과공유 과제는 총 1389건이며 보상금액은 1328억원에 달한다.

다른 기업들이 동반성장을 화두로 삼기 오래전부터 포스코는 상생의 중요성을 간파했고, 이를 실천해 왔기에 협력사에겐 든든한 우군이 돼 왔다. 유니코정밀화학에게도 포스코는 그런 존재다.

유니코정밀화학은 현재까지 포스코와 총 7건의 성과공유 과제를 완수했다. 440억원 규모의 소결 배기가스 청정설비 탈황제 개발을 비롯해 ▷부생가스용 배관 세척 방법 개선(3억원) ▷기계 부품 세척용 세정제 품질 개선(5억6300만원) ▷유해물질 자재의 녹색구매(3500만원) ▷가스터빈 세척제 개발(1억500만원) ▷탈유 촉매제 국산화 개발(1억2600만원) ▷소결광 저염소 환원 분화방지제 원가 절감(66억4000만원) 등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결과는 유니코정밀화학과 포스코 모두에게 윈-윈(win-win)이었다. 유니코정밀화학은 포스코와의 장기 계약을 통해 대규모 매출을 확보함으로써 설비 구입과 직원 교육, 인력 채용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김재원 유니코정밀화학 연구소장은 “포스코의 성과공유제는 대통령도 극찬한 좋은 제도”라면서 “중소기업 입장에서 장기 계약은 안정적인 운영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포스코 역시 유니코정밀화학이 개발한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소결광 저염소 환원 분화방지제 원가 절감’ 과제의 경우 원가를 44%나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소결광은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미분탄 등을 혼합해 일정한 크기의 덩어리로 만든 고로 원료다. 소결광은 쉽게 강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고로에 넣어 쇳물로 만들 때 다시 가루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분화방지제로 코팅을 한다. 유니코정밀화학은 이 분화방지제의 성능을 개선해 포스코가 연간 4억20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절감된 비용의 절반인 2억1000만원은 유니코정밀화학에 현금으로 보상됐다. 이 돈은 전부 직원들에게 상여금으로 돌아갔다.

김 소장은 “성과공유 과제를 진행하면 기존 업무에 추가로 일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희생과 협조가 필수”라며 “보상금을 똑같이 나눠가짐으로써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하고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소장은 “포스코가 세계 철강업계 경쟁력 1위지만 협력사가 2위면 포스코도 1.5위 밖에 안될 것”이라고 ‘함께 커나가는 문화’를 강조하며 앞으로도 포스코와의 동반성장을 이어나가 세계적인 종합화학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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