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ㆍ정태란 기자]“○○○ 화장품 기획세트가 나왔는데 저렴하게 구입하실래요?”

서울 화곡동의 한 상가에서 화장품 도매업을 하고 있는 A(31) 씨는 지난달 20일께 평소 알고 지내던 화장품 유통업자 B(34) 씨로부터 유명 화장품 브랜드에서 기획세트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 씨는 화장품 1600세트를 받기로하고 B 씨에게 5600여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약속한 날짜인 21일에 화장품은 도착하지 않았고 B 씨와의 연락은 두절됐다. 다급해진 A 씨는 자신이 알고 있던 B 씨의 사무실 주소지로 찾아갔으나 그곳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6개월 전부터 거주 중이었다. A 씨가 B 씨에게 입금한 5000여만원은 소매상으로부터 받은 선수금이었다. 화장품을 받아 넘겨줘야하는 A 씨는 거래처와 쌓아왔던 신용을 모두 잃게 될 처지에 몰렸다.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B 씨의 행방을 찾아헤맸으나 실패하고 결국 같은달 27일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화장품 도매업자를 상대로 억대의 사기행각을 벌인 B 씨를 검거해 수사중이라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2011년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6147만원에 달하는 돈을 가로채는 등 최근까지 화장품 도매업자를 상대로 총 1억 1700여만원의 돈을 받아 달아난 혐의(사기 등)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B 씨는 전화번호를 해지하고 자신의 주소지를 화곡 8동 주민자치센터로 바꿔 놓는 방식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또 10년전 부인과 이혼을 하고 화장품 유통업을 하며 이 같은 범행을 저질러 외상 대금을 갚는 데 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빚잔치를 하는데 돈을 다 써버려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돈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서경찰서 악성사기범검거전담팀은 지난 7일부터 B 씨의 통신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 끝에 지난 21일 저녁 8시 30분께 경기도 일산에서 B 씨를 검거하고 2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