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관객 돌파 눈앞…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신드롬 왜?

뛰어난 노래·스펙터클 압도 세대·연령 초월…폭풍 흥행 용서·희생 등 힐링 콘텐츠 인기 40~50대 관객파워도 한몫

서울대 김난도 소비자아동학부 교수 등이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3’에서 저자들은 오늘의 한국사회를 ‘날 선 사람들의 도시’로 규정했다. 흉악범죄에 대한 공포, 경제불황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불안감의 증가, 공동체 유대감의 약화, 사회의 무연화(無緣化) 속에서 2013년의 한국은 ‘고슴도치처럼 날이 잔뜩 선’ 사람들로 가득찬 ‘히스테리의 도시’가 됐다는 것이다.

‘레미제라블’은 이 같은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웅대한 서사극을 뛰어난 노래와 스펙터클로 재현한 작품의 힘으로 세대와 연령을 초월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특히 기존에는 10~20대 청년세대에 소비층이 편중됐던 국내 대중문화 지형도에서 지난해부터 새로운 주요 수용자로 등장한 40대 이상의 관객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레미제라블’ 등 겨울 극장가에서 흥행행진을 하고 있는 작품들에서 20~30대보다는 40대 이상의 중장년 관객의 지지가 제일 높았다. 14일 인터넷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가 ‘레미제라블’의 세대별 예매율을 조사한 결과 40대 이상이 가장 높은 39%였고 30대(37%), 20대(20%), 10대(3%) 순으로 나타났다. ‘타워’ 역시 40대 이상의 예매율이 42%로 가장 높았으며, ‘라이프 오브 파이’는 30대(41%)와 40대 이상(40%)이 거의 같았다.

특이할 만한 점은 ‘타워’나 ‘레미제라블’ ’라이프 오브 파이’는 희생, 헌신, 용서, 생존 등을 주제로 가족애나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 등을 담은 ‘힐링 콘텐츠’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레미제라블’은 6100만달러(약 644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원작이 된 뮤지컬은 지난 1985년 런던에서 초연돼 1만1000회가 넘는 연속 공연 기록을 세웠으며, 토니상을 비롯한 세계 주요 뮤지컬상을 휩쓸고 42개국 308개 도시에서 21개 언어로 공연됐다. 영화는 여기에 더해 죄수들의 부두 노역 장면, 19세기의 파리 거리, 혁명 당시의 바리케이드 시가전 등을 대규모 세트로 재현했다. 부두 노역 장면은 길이 180m, 높이 15m의 배를 항구로 옮겨 촬영했으며 파리 거리는 1800년대 중반 당시 사진을 참고해 200여명의 목수와 조각가, 화가들이 8주간 작업해 세트로 건립했다.

휴 잭맨(장발장 역), 앤 해서웨이(판틴), 러셀 크로(자베르), 아만다 사이프리드(코제트), 사만다 바크스(에포닌) 등이 부르는 노래도 절창이다. 특히 자베르와 죄수들이 영화의 첫 장면에서 부르는 합창 ‘룩 다운(Look Down)’부터 장발장이 신부의 용서를 받은 후 타락한 자신을 보며 절규하는 ‘장발장의 독백(Valjean’s Solioquy)’이나 공장에서 쫓겨난 판틴이 삶의 벼랑 끝에서 애절하게 읊는 ‘나는 꿈을 꾸었네(I Dreamed a Dream)’까지 노래의 인기가 영화 흥행을 넘어 음반 판매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