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6월, 대기업에 다니던 회사원 김모(35) 씨는 그간 꾸준히 모아뒀던 종잣돈 1억원을 꺼내 주식형 상품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주식시장에 투자해 성공한 주변 사례들이 속속 눈에 띄었고, 투자형 상품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솔깃했다. 은행 4곳에 분산 관리하던 예금을 투자형 상품으로 돌리기 시작했고, 금융기관 직원들의 열렬한 추천 속에서 가입한 주식형 펀드가 어느새 6개에 달하게 됐다. 펀드는 여러 개인데 알고보니 모두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 투자상품. 리먼 사태 이후 가입 상품들은 하나같이 수익은 커녕 원금이 반토막 났고, 그때 이후로 여유있는 중산층으로의 꿈은 더욱 멀어져갔다.
다들 부동산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증시였다. 부동산이 아니라 수중에 굴릴 수 있는 금융자산을 키우는 것이 중산층으로 발돋움하는 트렌드쯤으로 여겨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에만 펀드 시장에 몰린 개인들의 자금은 무려 70조원에 달한다. 해외주식형 펀드에 42조원, 국내주식형 펀드에 24조원이다. 당시 지수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했고, 투자자들은 머지않아 부자가 될 꿈에만 젖어 있었다. 주식에 손대지 않던 사람들도 대열에 동참하고자 속속 시장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글로벌 증시 전체가 금융위기에 폭락했고, 돈을 불리려던 투자자들은 깡통 펀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해외주식형 펀드 자금 대부분을 빨아들였던 중국 증시의 경우 지금도 상해종합지수 기준으로 3분의 1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쳤다.
깡통 펀드에 분노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직접투자, 즉 증시로 유입되며 ‘앵그리 머니(angry money)’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지만 이도 성과는 좋지 않았다. 원금회복에 대한 급한 마음에 분산투자보다는 공격적인 집중투자로 깡통계좌만 늘어났다.
지난 몇 년간 주식과 펀드는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 그나마 있던 종잣돈마저 날리며 각종 ‘푸어’들만 양산했다.
“중산층으로 올라선 투자자와 아닌 이들과의 차이점은 단 하나다. 자기 투자성향과 목적에 맞게 자산배분을 했는지 여부다. 모두 다양한 상품들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지만 투자정보를 제대로 거르지 못하거나 과거 수익률만 쫓는다면 앞으로도 증시를 통해 수익을 내기는 힘들 것이다.”
한 증권사 PB의 냉정한 지적이다.
글로벌 경기가 점차 회복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금융시장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투자 기대수익이 시중금리를 기본으로 함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률을 내기는 더 힘들어졌다.
그러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힘들다던 지난해에도 채권에서는 은행 예금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익을 내는 등 항상 기회는 있어 왔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물가를 반영한 실질금리는 더 낮아짐에 따라 향후 저금리시대 도래에 따른 대응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기대수익률은 하향 조정하되 과거 주식과 펀드 위주였던 투자대상을 ELS나 랩, 소매채권 등 다양하게 확대해 기회를 모색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안상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