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지난해 11월 집주인과 만나 계약서를 쓰게된 직장인 A 씨(20대)는 황당한 질문을 들었다. 월세소득공제 여부를 묻는 질문이었다.
집주인은 소득공제를 받겠다면 임대료의 10%를 더 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A 씨는 결국 계약을 포기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운영하는 전월세 지원센터에 민원을 제기했다. 지원센터 관계자는 “집을 구할 때 월세소득공제 여부를 구두로 물은뒤, 계약을 하지 않거나 집세를 더 올려 받는다고 문의를 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세입자의 월세소득공제로 임대소득이 노출되는 집주인들이, 자신들에게 부과되는 세만큼 월세를 더 올려 받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분 연말정산에서 월세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은 세입자는 9만3470명으로 2011년(1만4810명)보다 6.3배로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월세시장 분석과 정책방향‘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월세가구(2010년 인구주택 총 조사)는 315만 가구다.
월세가구의 2.8% 정도만 월세소득공제를 받는 셈이다.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연구위원은 “월세 소득공제는 정부의 ‘립서비스’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월세 생활자들이 늘어난 만큼 좀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 팀장은 “월세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월세소득공제 등으로 세입자들이 혜택을 보기 위해 당분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집주인들을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드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세의 월세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월세소득공제 등 월세 생활자를 위한 정부의 정책이 힘을 못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리 월세대출제도, 전월세전환율의 현실화, 공공임대주택의 확대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우선 월세전환율의 현실화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10월 법무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쓰는 전환율의 상한을 14%에서 10%로 낮췄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 현재 사람들이 내는 월세를 환산해보면, 전세금의 8% 정도되는 상황”이라면서, “ 월세전환율이 일반적으로 상한보다 낮아 큰 의미가 없다. 상한을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월세 세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중은행의 월세 대출 역시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신한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하나은행은 3.7~5.8%의 이율로 월세 대출을 진행중이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신한은행이 6건, 7우리은행도 5건, 외환은행, 하나은행이 각각 1건에 그쳤다. 장 연구위원은 “월세대출이 전세대출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리라, 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이 이용하기는 힘든 경우가 많다”며, “저리 월세대출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세 수요자 중심의 정책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가야 된다는 지적도 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월세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공급시장 측면으로 접근하는 안정적인 형태로 가야 한다“면서, “(임대료가 싼) 공공임대 주택을 지금보다 늘려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