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9회> 붉은 태양을 따라서 (28)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어쩐 일이시죠? 여긴 가정집인데요?”

누가 이곳의 정체를 묻기라도 했나? 상대방이 먼저 몸을 사리자 강유리는 쌍심지를 켜듯 눈을 부라리며 되물었다.

“세상천지에 승용차를 열 대 씩이나 세워놓은 가정집도 있나요? 저리 비키세요. 내 남편을 찾으러 왔으니까.”

“사모님! 이러시면 안 되지요. 이렇게 밀어붙이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사모님이라니! 이 양반이… 아가씨 보고 어디서 사모님이래?”

“이 사람? 이 사람이라고요? 그리고… 남편을 찾으러 왔다면서 어떻게 아가씨라고 우기는 겁니까?”

사태가 이 지경으로 벌어졌으니 내실에서 누군가가 나서리란 건 기정사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실에서 나온 사람은 귀요미였다. 귀요미가 누구인가? 재벌가의 외동아들로 밝혀진 유호성의 수청을 들기 위해 애쓰다가 우선권을 꽃님이에게 빼앗긴 자 아니었던가.

귀요미는 본능적으로 질투의 안테나를 세우기 시작했다. 질투란 본래 여인네들의 칠거지악(七去之惡)에 해당하는 금기사항 이었지만 그건 조선시대 때의 이야기일 뿐이고… 재벌 아들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와중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고리짝과 다름없었다.

“혹시… 내실에 계시는 유호성 대감을 찾으러 오셨나요?”

참으로 기막힌 순간이었다. 손님 보호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고급 요정에서 감히 벌어질 수 없는 일이 지금 막 벌어지고 있는 순간이었다는 말이다. 이 모든 것이 유호성과 꽃님이가 꿀떡처럼 들러붙어서 첫날밤에 버금가는 상열지사를 벌이는 것에 대한 귀요미의 질투였고 저주였다.

“대감? 그건 또 무슨 말예요? 대감이라니… 개가 풀 뜯는 소리도 아니고.”

“아 참, 미안해요. 여태껏 대감놀이를 하던 중이라서…”

“어쨌든 저 안에 유호성 씨 있는 거 맞지요?”

“그렇긴 합니다만… 지금 바쁘셔서…”

그제야 상대를 바라보니 갑사치마 저고리에 쪽진 머리하며, 긴 비녀를 꽂고 있는 폼이 한꺼번에 사내들 서너 명은 후릴만한 일류기생임에 분명해 보였다. 그런 기생의 입에서 뭐? 유호성 대감? 강유리의 눈에서 불이 퍼렇게 일기 시작한 까닭이었다.

“바쁘긴 뭐가 바쁘실까? 어디 들어가 봅시다. 뭐 때문에 그리 바쁘신지.”

강유리는 모피코트자락을 휘날리며 잽싸게 내실로 통하는 문을 넘어 들어갔고, 귀요미는 어쩔 수 없어서인지 혹은 일부러 그런 것인지… 슬쩍 그녀를 가로막는 척만 할 뿐 더 이상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종업원들도 두 눈을 멀뚱멀뚱 뜬 채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모르긴 해도 그 종업원들은 요정 입사 이래 처음 겪는 황당한 사건일 터였다.

30미터… 20미터… 10미터! 이게 뭔고 하니, 유호성이 꽃님이와 꿀떡처럼 붙어있는 곳으로부터 강유리와의 사이를 잰 거리였다. 이제 둘이 얼굴을 마주하기 까지 불과 10미터를 사이에 두었을 뿐이니 긴박하기가 전쟁 직전 같았다. “아니, 여보세요. 아가씨!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 챈 마담이 고무신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달려 나오며 그녀를 가로막았다. 마담의 고함소리는 이를테면 비상사태를 예고하는 싸이렌 소리와 같았다.

방 안에서 이미 꽃님이의 치마를 홀랑 벗긴 유호성도… 싸이렌이 울리고, 몸싸움 벌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강유리의 목소리임을 직감한 그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어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