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박정희 정권 유신독재의 상징인 긴급조치 1ㆍ2ㆍ9호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재심청구 등이 줄이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긴급조치로 유죄를 선고한 판결을 일괄 무효화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전해철 민주통합당 의원이 낸 ‘유신헌법하 긴급조치 위반 유죄판결의 일괄무효를 위한 법률’이 계류 중이다. 해당 법률은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선고된 유죄판결을 무효로 하고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법부의 판결을 입법부가 무효화하는 것이 헌법이 규정한 3권 분립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독일에서도 연방의회에서 나치 인민재판소가 행한 유죄판결을 일괄적으로 무효화하는 법률을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며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은 맞지만 독재 정권 아래 이뤄진 판결의 불법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한국 역시 가능하다”고 말했다.
위헌 논란을 비켜갈 수 있다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긴급조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들 상당수가 병합된 다른 죄목으로도 유죄가 인정돼 합산한 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오적 필화 사건’으로 긴급조치를 위반해 서울고법에서 재심이 진행 중인 김지하 시인의 경우,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도 함께 적용돼 형이 선고됐다. 재심 1심 재판부 역시 김지하 시인의 긴급조치 위반 등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월을 선고유예했다. 긴급조치로 인한 유죄판결을 일괄 무효화한다고 해도 이처럼 여러 혐의가 병합된 경우 또 다시 재심을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그나마 재심이 청구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여러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해당 판결의 선고형이 어떻게 되는지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다”며 “법원이 먼저 나서서 해당 사건의 재심을 개시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오는 5월 국민통합위원회가 공식 발족하면 국민통합 차원에서 긴급조치로 유죄를 선고한 판결을 일괄 무효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후속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paq@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