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ㆍ서지혜 기자]“왜 이제야 오셨어요? 며칠만 일찍 왔어도 대어를 낚는 건데…지금은 저희도 이 정도 가격이 최대로 드리는 거에요.”
지난 주말 찾은 서울 강북의 한 통신사 대리점 관계자는 지금 스마트폰 바꾸러 오는 고객은 한 발 늦었다고 혀를 찼다. 최근 출시된 풀HD 스마트폰을 보여달라자 그는 옵티머스 G프로, 베가 넘버6 모두 할부원금을 10만원밖에 깎아줄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5분 거리 떨어진 곳의 판매점에 들어가자 “청와대까지 나서 전처럼 저렴하게 개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하는 등 반응은 비슷했다. 하지만 앞서 본 같은 폰을 보여달라자 제시 가격이 달랐다. 그는 “번호이동, 65요금 3개월 조건에 30만원까지 (보조금) 더 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불과 한 구역 경계로 출고가 85만원짜리 스마트폰 할부원금이 한 곳은 75만인 반면, 다른 곳은 55만원으로 20만원이 왔다갔다 하는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여주기식으로 한 개 사업자만 잡겠다고 밝히고 청와대까지 고강도 제재 방안을 만들겠다고 유례 없이 나섰지만, 주말 둘러본 보조금 시장에는 여전히 법정 상한선을 초과하는 보조금이 횡행하고 있었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출고가가 10만원대로 둔갑하는 과거의 비이성적인 사례는 잦아들었지만, 이용자 차별을 유발시키는 변칙적 차등 보조금은 만연했다. 영업정지 종료로 이통3사 번호이동 족쇄가 풀리고, 갤럭시S4 국내 출시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보조금 대란이 재발될 우려가 있어 방통위가 준비 중인 추가 제재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통위가 현 상황을 ‘쿨다운’됐다고 공식적으로 진단했지만, 보조금이 다시 남발될 수 있는 싹까지 제거되진 않은 상태였다. 새 제품이 출시되자 판매점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이전 모델을 재고처리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성북의 한 판매점에서는 옵티머스 G프로를 찾자 이전 제품인 옵티머스 G를 대뜸 권했다. 이 판매점 관계자는 “옵티머스 G프로는 많이 줘야 25만원 이상 안 된다, 대신 옵티머스 G는 출고가 99만9000원인데 마진 안 남기고 64만5000원에 맞춰주겠다, 단 다른 통신사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27만원 상한선을 넘겨 35만원을 보조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요조건은 번호이동이 다가 아니었다. LTE(롱텀에볼루션) 75요금제를 3개월 이상 사용해야 하고 5000원 방송 콘텐츠 부가서비스도 이용해야 이 같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건을 따를 경우 매달 4만, 5만원 정도 통신요금을 내는 사용자도 초기 3개월간은 8만원3000원 정도의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방통위는 대리점 및 판매점 프로모션 행위는 약관 상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보조금 몇 만원 더 준다는 유혹에 걸린다면 소비자들은 한시적이나마 과한 통신요금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어지럽다는 온라인 시장 사정은 더하다. 옵티머스 G의 경우 판매점들은 35만원의 보조금을 제시하지만 온라인에서는 50만원까지 제공해 할부원금을 49만9000원에 책정하고 있다. 공식 대리점에서 10만원 이상 보조금을 줄 수 없다는 옵티머스 G프로, 베가 넘버6 등 최신 스마트폰도 온라인에서는 40만~50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하며 오프라인보다 할부원금을 낮추고 있다.
그러자 당장 보조금을 풀지 못하는 통신사 공식 대리점들은 중고급형 모델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종로, 강남 일대 대리점대부분은 과잉 보조금이 붙던 갤럭시S3에 현재 12만~20만원 정도의 보조금만 책정한 상황이다. 강남역 부근 한 대리점 관계자는 “스마트폰 싸게 사려고 오는 고객한테 지금 가격 제시하면 믿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갤럭시 그랜드나 옵티머스 LTE3을 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태일ㆍ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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