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현실을 알아야 해법이 보인다 ③ 우리 통계, 뭘 고쳐야 하나

부분실업자·잠재실업자 등 인식전환 비공식실업자 넘치는 현실 반영해야

청년·중고령·여성 등 고용취약층 제대로 상황파악할 보조지표 시급

기반산업 각기 다른 도시·농촌 지역별 특성 보여줄 방안도 필요

우리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자 수는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84만7000명이다. 이를 공식실업률로 환산하면 3.4%.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이다. 취업자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은 63.8%(2011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4.7%)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실업률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실업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식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으면서 비경제활동인구(이하 비경활인구)에 숨겨진 사실상 실업자들의 규모는 엄청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말 유사실업자 연구보고서를 통해 사실상 실업자에 가까우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인구가 10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취업자 가운데 주간 근로시간이 18시간 미만인 불완전취업자(부분 실업자)를 포함할 경우 그 수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공식실업률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실업자 범위를 넓혀야 하며, 다양한 실업률 보조지표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해야 제대로된 실업대책도 세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직된 실업자 기준, 유연하게 넓혀야=우리나라에서 통계상 공식실업자에 포함되기는 쉽지 않다. 4주 동안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해야 하며, 취업이 가능하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해야 한다. 취업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거나, 집에서 그냥 쉰 사람은 실업자가 아니다. 또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 구직을 단념한 사람도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잠깐 편의점에 일하는 사실상 실업자로 이해될 수 있는 사람도 공식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비경제활동인구나 불완전취업자로 분류된다. 공식실업자보다 비공식실업자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은 ‘광의의 실업자’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황수경 연구위원은 ‘확장실업지표’의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노동력 상태를 ‘취업-실업-비경활’의 3범주에서 ‘(완전)취업-불완전취업-(공식)실업-잠재실업-(순수)비경활’의 5범주로 확장한 것으로 불완전취업 가운데 부분실업자와 공식실업자, 잠재실업자를 확장실업자로 인식해 실업률의 체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황 연구위원은 이 같은 방법으로 경기변동에 따라 노동시장의 변동성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으며, 실제 실업률도 2배 이상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양한 실업 보조지표 개발해야=우리나라 정부가 인정하는 유일한 실업률 지표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실업률이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따라 전 세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이다.

하지만 미국만 보더라도 다양한 실업 보조지표를 만들어 이를 보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 보조지표로 U1에서 U6까지 6가지 지표를 사용한다. U1ㆍU2는 장기실업자를 포함한 수치이며, 비경활인구에 숨어 있는 잠재실업자를 포함한 수치는 U4ㆍU5ㆍU6로 표시된다. 또 캐나다는 R1~R9에 이르는 대체실업률을 발표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업자의 범위를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잠재적인 실업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과 취업자 가운데 불완전취업으로 근로 빈곤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사실상 실업자 범위에 넣는 다양한 실업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한국고용정보원의 ‘유사실업자의 특성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공식실업자와 비경활인구 사이에 있는 경계실업자가 20만명 정도에 달한다. 이들을 포함한 공식실업률은 3.5%로 늘어났다. 여기에다 실망실업자를 포함하면 공식실업자 수는 117만명으로 늘어나고 실업률도 4.5%에 달한다. 경계실업자, 구직단념자, 실망실업자와 취업준비자 중 중복자를 제외한 잠재실업자는 총 101만3000명에 이르러 공식실업률은 6.5%로 급증한다. 다양한 기준에 따라 여러가지 실업지표가 만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정성미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실업 보조지표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보조지표를 만들어 실업지표의 체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자를 위한 실업지표 만들어야=실업률의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공식실업률이 노동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지만, 정부는 공식실업률만 고집했다. 여기에는 통계청이 기획재정부 산하에 소속되면서 거시지표의 안정성을 추구했고 실업률도 거시적인 경제 흐름만 파악하는 용도로 한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이제는 일자리 문제를 겪고 있는 실질적인 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자리 문제의 경우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사안이고 새 정부의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황수경 연구위원은 “고용지표는 2가지 목적이 있는데, 그동안 실업자를 위한 지표는 없었다”며 “청년층, 중고령자 여성층 등 잠재실업층이 많은 고용취약계층을 파악할 수 있는 명확한 지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역별 특성에 맞는 실업지표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공식실업률과 유사실업률의 지역별 추이 연구’를 통해 7개 광역시의 공식실업률은 전국 평균을 웃돌고, 9개 도의 공식실업률은 평균을 밑도는 점을 보여줬다. 이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기반한 도시와 농림어업을 기반한 지역의 실업 특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으로 지역별, 계층별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실업지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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