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요정들의 제2막이 시작된다. 1세대 걸그룹 핑클과 SES가 가수로서의 무대가 아닌 드라마를 통해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핑클 해체(2002년) 이후부터 친다면 무려 11년 만이다.
핑클의 성유리 이진, S.E.S의 유진이 각각 새 주말극 SBS ‘출생의 비밀(극본 김규완, 연출 김종혁)’과 한창 방영 중인 MBC ‘백년의 유산(극본 구현숙, 연출 주성우)’을 통해 격돌한다.
핑클과 S.E.S의 역사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핑클이 데뷔한 이후부터 두 팀은 가요계에서 선의의 라이벌이 됐다. 바다 유진 슈로 구성된 S.E.S는 핑클보다 1년 먼저 데뷔해 ‘걸그룹의 무덤’이라 불렸던 국내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고, 핑클(이효리 옥주현 이진 성유리)은 이들보다 멤버수 1명을 더 늘린 구성으로 등장해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90년대 초반까지 여성그룹의 존재는 미미했지만 혜성처럼 등장한 두 걸그룹은 잘 짜여진 안무와 다양한 음악으로 ‘여성 아이돌 그룹’ 시장에 활기를 불러오며 다양한 계층의 팬을 확보하게 됐다.
그 두 팀의 인기멤버들이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 다시 만났다. 현재 S.E.S 유진이 출연 중인 ‘백년의 유산’은 시청률 20%를 넘기며 선전하고 있는 상황. 다시 막오른 라이벌 전에 후발주자인 두 사람은 다소 부담을 안았을 법도 하지만, 긴 연예계 생활에 아직까지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하는 듯 보였다.
성유리는 지난 24일 서울 SBS 목동 사옥에서 진행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유진 씨가 출연 중인 ‘백년의 유산’이 승승장구하고 있어 도리어 마음이 편하다”면서 “이기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아 부담은 덜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는 가수 출신 연기자가 됐다. 예전 동료들 중연예계를 떠나난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좋다”고 말했다. 성유리는 이어 “동시간대 연기할 수 있어 뿌듯하다”면서 “우리가 ‘아직 죽지 않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웃어보였다.
이진 역시 마찬가지의 심경이었다. “함께 활동했던 친구와 경쟁하게 돼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며 “두 드라마가 함께 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시청률 성적표의 결과와는 무관하게다.
다시 만나게 된 라이벌전도 눈길을 끌지만 핑클의 두 멤버 성유리(32)와 이진(33) 역시 연기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된 점 역시 ‘출생의 비밀’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됐다.
두 사람 역시 한 작품으로 조우하게 된 것에 대한 부담과 고민이 컸지만 “드라마에서 핑클은 없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성유리는 “핑클 이미지 때문에 한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성유리)”면서 “하지만 이진 씨의 연기를 신뢰한다. 나만 잘하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진도 “대본을 각자 받았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같은 작품이었다”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만 잘 하면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 오히려 더 좋게 봐줄 거란 생각이 들어 작품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출생의 비밀’에서 성유리와 이진은 각각 해리성 기억장애를 가졌지만 보이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천재 정이현과 정이현의 절친한 친구이면서도 그에 대한 질투심으로 이현의 남자를 빼앗는 악역 이선영을 연기한다. 드라마로 치면 이들도 라이벌이다.
90년대 걸그룹 파워를 보여줄 핑클의 두 멤버가 나란히 출연해 또 다른 요정 S.E.S의 유진과 격돌하게 될 ‘출생의 비밀’은 오는 27일 첫 방송된다.
고승희 기자/shee@eheraldcorp.com
[사진=성유리-이진(SBS), 유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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