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정부가 반도체 분야 연구ㆍ개발(R&D)의 구조개혁에 나섰다. 과거에는 정부가 R&D 자금을 지원하면 기업은 ‘수혜자’로서 연구를 주도해 왔지만 앞으로는 ‘후원자’로 역할이 바뀌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SML코리아 등 6개 글로벌 기업과 ‘미래 반도체 소자개발 투자협력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5년 동안 최소 250억원 이상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년 산업부가 25억원, 삼성전자가 12억5000만원, SK하이닉스가 8억5000만원, ASML코리아ㆍAMAT코리아ㆍTEL코리아ㆍ램리서치코리아가 각각 1억원을 투자한다. 기업과 정부가 돈을 대고 대학ㆍ연구소가 선도형 기술을 개발하는 새로운 개념의 R&D 사업이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대학과 연구소에 지원되는 연구비 지원금액은 대폭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982년 미국에서 설립된 민관 반도체 연구컨소시엄(SRC)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SRC는 정부와 15개 민간기업이 연간 1억달러를 투자하면 대학과 연구소가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프로젝트였다. 현재까지도 전 세계 반도체 논문의 약 20%가 여기서 나올 정도로 전세계 반도체 R&D의 산실로 불리는 곳이다.
하지만 일본은 1980년대 말 세계 반도체 시장의 51%를 차지했었지만 최근에는 점유율이 17%로 떨어졌다. 정부와 기업이 반도체 기초 R&D에 관심을 덜 가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메모리 시장(70조원 규모)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선 14~15%에 머물러있는 상황. ‘메모리 부문 1위 수성’을 위해서라도 R&D 혁신이 시급하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이 같은 정책은 반도체 산업이 자칫 정책 ‘사각지대’에 놓일 위기감에서 촉발됐다. 반도체는 미세공정 진척 등 상용화 기술개발에만 주력할 뿐 기초연구 대상에선 의외로 배제돼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업으로 업계에서는 3-5족 채널소자, 터널펫(Tunnel FET), 광자 신호전달(Optical Interconnection) 기술 등 미래반도체 소자 원천기술 개발의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재홍 산업부 제1차관은 “앞으로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가 기존 경쟁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게 될 것”이라며 “사람과 원천기술의 중요성에 주목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반도체 산업이 진정한 반도체 최강국으로 재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