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으로 들어온 ‘금녀(금녀)의 공간’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남자들의 예능이 대세인 때에 그 경계를 넓힌 군대이야기에 여자들의 마음까지 열렸다.

선발투수는 케이블 채널 tvN의 ‘푸른 거탑’이었다. 같은 채널의 ‘롤러코스터2’의 한 코너로 방영됐던 ‘푸른 거탑’은 올초 독립편성돼 시청자와 만났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트콤 형식을 빌어 군대이야기를 끌어온 ‘푸른 거탑’은 1월23일 첫 방송 이후 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 행진이다.

비슷한 기간 영화 ‘레 미제라블’을 패러디한 공군 홍보영상 ‘레 밀리터리블’은 해외 유수 언론에까지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고, tvN ‘코미디 빅리그’의 ‘소모임-솔로탈출캠프’도 군대를 무대로 한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 14일 첫 방송된 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더해졌다. ‘진짜 사나이’는 김수로 서경석 류수영 미르에 외국인 샘 해밍턴이 논산훈련소에 입소해 자대배치를 받고, 실제 현역병사들과 어울려 훈련받은 5박6일을 실험카메라 형식으로 담았다. 육군 부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첫 방송에서 7.8%의 전국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하며 전작의 두 배 가량 시청률을 올렸다.

군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해 인기를 모은 것은 비단 오늘 일은 아니다. 쇼 프로그램 형식의 ‘우정의 무대’나 공간적인 배경을 군대로 끌어온 ‘신고합니다’와 ‘동작그만’과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1990년대 쏠쏠한 인기를 모으다 명맥이 끊어졌다. 그러나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군대 이야기가 부활한 모양새다. 이유가 있다. 지난 몇 년간 예능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일종의 트렌드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자들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온 지는 이미 꽤 됐다”면서 “‘무한도전’, ‘1박2일’, ‘나 혼자 산다’, ‘인간의 조건’ 등의 남자가 중심이 된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예능트렌드로 자리했다”고 진단했다. 남자 예능을 통해 지금까지 봐왔던 남자들의 모습이 아닌 수다를 떠는 등의 전혀 새로운 면을 발견했고, 이제는 넘쳐나는 남자 예능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것은 제작자들의 숙명이 된 상황. 여기에서 영역이 확장된 것이 바로 군대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군대예능이 보여주고 있는 인기바람은 심상치 않다. 성별마저 초월했다.

‘푸른거탑’의 민진기 PD는 이에 “‘푸른 거탑’의 기본적인 공감코드는 오픈 현실이다. 밖에서 봤을 때는 아무 것도 아닌 일들을 최대한 비장한 코드로 만들어 재밌있고 감동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갈등과 반전에 페이소스를 염두했다”면서 “남자들이 볼 때는 고생담이 추억으로 펼쳐지니 공감대가 형성되고 여자들의 경우에는 말로만 듣던 군생활이 현실에서 펼쳐져 재밌게 본 것 같다”고 전했다. 스토리텔링을 달리 한 군대 이야기가 ‘푸른 거탑’의 차별화된 점이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군대는 무겁고 민감했다. 과거엔 반공 소재가 주를 이뤘고, 군입대 기피 문제를 일으킨 유명인들이 거론될 때마다 뭇매를 맞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보통의 남자’라면 빼놓을 수 없는 통과의례가 되는 곳이 바로 군대이기에, 군대를 소재로 재미를 보여주려 했을 때에는 위험요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의 군대 예능은 군에 대한 ‘막연한 과대포장’이나 ‘별개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불식시키고자 한 의도가 눈에 띈다. 적절한 ‘가볍게 보기’에 리얼리티가 주를 이룬 풍자로 일종의 페이소스를 불러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군 소재는 우리나라만이 가지는 유일무이한 스토리라는 점에서 해외에서는 우리처럼 재밌지 않다”면서 “남자뿐 아니라 가족이 겪는 한 시기의 이야기다. 친숙하면서도 진한 얘기를 담고 있는데, 외국의 관점에선 ‘군인=전쟁’의 카테고리 안에서 보기에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불러온 결과로 군예능이 인기를 얻는 것이라는 해석의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MBC ‘일밤-진짜 사나이’, tvN ‘푸른 거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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